창원지법 “일률적으로 정하는 건 입법 불가능”

31일 국회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촉구하는 중소업계 / 사진 = 연합뉴스. 
31일 국회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촉구하는 중소업계 / 사진 = 연합뉴스. 

중대재해처벌법 중소업장 적용 유예를 주장하고 있는 중소, 건설 등의 업계가 법 대비의 어려움 이유로 꼽아온 것 중 하나는 ‘안전보건 의무 규정 모호’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중기중앙회와 소상공인연합회, 대한전문건설협회 등 17개 단체는 국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이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 전면 적용되면서 83만이 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한순간에 예비 범법자로 전락했다. 중소기업은 사장이 형사처벌을 받으면 폐업 위기에 몰릴 수밖에 없고 근로자들도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유예를 주장했다.

이들 단체의 주장 논리를 뒷받침하는 게 위와 같은 ‘대표 예비 범죄자’와 경제적 여력 이유, 그리고 법 내 안전보건의무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중소 전문 건설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96.8%가 중대재해법 대비를 못했다고 밝혔으며 그 이유에 대해 67.2%가 ‘방대한 안전보건 의무와 그 내용의 모호함’이라 답했다.

이같은 중대재해처벌법의 ‘모호함’에 관해 작년 11월 사법부의 판단이 나온 바 있다.

창원지방법원은 법 제4조 등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며 제청된 중대재해처벌법 위헌 판결에 대해 기각 판결을 내렸다.

창원지법은 판결문에서 “유해 위험 요인을 통제하는 수단과 방법을 일률적으로 정하는 건 입법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고 오히려 이를 정하는 것이 개별 기업들 특수성을 반영할 수 없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안전보건 확보 의무 관련 조항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경영책임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 수 있고 법률 및 안전보건 전문가에게 조언받을 수 있어 자기에게 부여된 의무 내용을 충분히 파악하고 예측할 수 있다”고 하기도 했다.

문제가 된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를 조문 그대로 보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은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 및 규모 등을 고려’라고 아래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조치가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재해 발생 시 재발방지 대책의 수립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등의 의무를 지우고 있는 것이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에선 사업주 안전조치로 ‘위험작업’, ‘위험장소에서 작업 시’ 등으로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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