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며칠 안된 법 개정, 국회 스스로 권위 무너뜨려”

/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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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중소기업 적용 유예안 논의에 대해 중대재해 전문가 단체가 일관성 문제와 평등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중대재해전문가넷)은 중대법 유예 관련 여러 단체 의견을 종합한 입장을 31일 밝혔다.

2021년 1월 26일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은 50인 이상 사업장은 1년의 유예 기간, 50인 미만 사업장은 3년의 유예 기간을 줬다. 현재 정부여당, 중소업계는 유예 조항을 다시 2년 더 연장해야 한다며 논의 중에 있다.

중대재해전문가넷은 유예 논의에 관해 “사회규범이 변했다는 점에 관해 국회가 반성적인 고려를 하는 경우 법을 개정해서 기존에 처벌대상이었던 행위를 비범죄화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 경우는 단지 기존의 적용 유예기간을 다시 연장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회는 지금까지 3년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법을 개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법이 시행되고 나서 어떤 문제점이 드러난 것도 아니”라며 “그럼에도 시행된 지 며칠 안 된 법을 다시 개정하자고 논의하는 것은 국회가 스스로의 권위를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평등권 침해 문제도 있다는 게 이들 시각이다. 이들 단체는 “1월 27일부터 법 개정일까지의 단 며칠의 기간 동안에도 중대재해로 인한 피해자와 유족이 있다”며 “그러나 법이 개정되어 재유예가 될 경우 이러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된다. 피고인인 경영책임자 측면에서는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피해자와 유가족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지는 상황일 수밖에 없고 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는 점에 관해 평등권 침해를 문제삼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단체는 “정부여당은 이 법의 적용을 준비하기보다는 이 법이 악법이므로 없어지거나 고쳐져야 한다는 입장을 주되게 밝혀왔다”며 “그 결과 산업현장에서는 이 법에 관한 심리적 저항감만 높아지고 본인들이 이 법의 적용대상인지도 모르는 결과를 가져오게 됐다”며 국회를 향해 재유예 논의 중단과 법 안착을 위해 정부 지원 방향을 고민할 것을 주문했다.

중대재해전문가넷은 노동건강정책포럼,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등 14개 전문가·연구자 단체들이 모인 곳이다.

한편 같은날 법 유예를 주장하는 중소기업계는 성명서를 내고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감옥에 갈 위험을 안고 사업하느니 차라리 폐업하고 말겠다는 절규가 터져 나온다”며 “정치권은 당리당략을 떠나 민생만 바라보며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2년 유예 법안을 반드시 처리해 주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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