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야당은 약소 여당이 표결 직전에 퇴장한 가운데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지난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단독 처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최장 1년 6개월 동안 사건 진상을 다시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사건의 진상이 궁금해 특조위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4월 총선을 앞두고 가짜 여론몰이 방편으로 획책한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는 핼러윈 참사로 회자되는 불상사이다. 사고 원인과 책임자가 이미 다 밝혀졌다. ‘좁은 골목에 감당할 수 없는 인파가 몰려 넘어지면서 참사가 벌어졌다’는 경찰조사 결과 외에 달리 밝혀진 ‘진상’이 없다는 것을 대부분 인정한다. 현장 관리와 예방, 대응을 제대로 못한 서울경찰청장·용산경찰서장·용산구청장 등 23명에 대해서는 사법처리가 진행 중이다.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행안부 장관에게 뒤집어씌우려고 탄핵소추까지 했지만 헌재는 ‘전원일치’로 이미 기각했다.

55일간 민주당이 주도한 국회 국정조사에서도 새로운 사실이 나온 게 없었다. 그런데도 ‘특별법’을 만들어 특별조사를 하겠다고 밀어붙였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고 법치를 무시하는 입법폭주라는 여론이 무성하다. 민주당은 “법 시행을 총선 이후로 미뤘으니 선거용이 아니다”라고 강변하지만 변명에 불과하고 총선 판국을 뒤흔들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많다.

민주당은 세월호 참사 때도 특조위 등을 만들어 8년간 9차례에 걸쳐 진상 조사를 벌였다. 이 작업에는 친민주당 성향의 민변, 진보 단체, 노동계 인사도 참여했다고 한다. 이들은 7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썼다. 위원장과 부위원장 등은 억대 연봉을 받았다. 그런데도 어떤 진상도 밝혀내지 못했다. 이번 핼러윈 특조위도 제2의 세월호 특별법이라는 조소까지 나오고 있다.

희생자 유가족과 참사 피해자 지원, 재발방지 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참사가 벌어진 이태원 일대는 1년이 지나자 인파가 다시 몰리고 소방차와 구급차 진입을 막는 불법 주차도 늘어난 상황이다. 예전 상태로 되돌아간 것이다. 민주당은 이런 문제를 바로잡거나 해결하려는 데 어떤 대책을 내놓았는지 궁금하다. 이태원 특별법으로 총선판을 흐려 놓을 것이 아니라 사회안전망 구축에 힘써야 한다. 재난엔 안전관리가 최우선임을 망각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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