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양인 안전보건공단 경기북부지사 건설보건부 부장

2022년 세척제 중독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 1호로 기소된 사업주 및 납품관계업체에 대하여 실형선고가 내려졌다. 이 사건은 독성물질인 트리클로로메탄이 함유된 세척제를 사용하면서도 국소배기장치를 설치하지 않아 2022년 2월 노동자 16명에게 급성중독 피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었다. 근로자 200명이 넘는 중견사업장에서 화학물질을 사용하다 집단으로 중독된 사건이기에 사회에 큰 충격을 일으켰고 과연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산업현장을 만드는 것은 가능한가 의구심이 들었다.

사업장 제품 생산공정중 작업자는 세척·도장·도금·연마·용접 등의 작업에서 다양한 화학물질에 노출되고 있다. 생산을 위해서는 화학물질 사용이 불가피하지만 작업자는 작업량이 늘수록 더 위험한 환경에 처하게 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사업주와 노동자 모두가 만족하는 방안은 없을까? 그 해법으로 첫째 안전한 화학물질의 선택이며 둘째 작업환경측정 및 특수건강검진을 통한 노출실태의 파악이고 셋째 깨끗한 작업환경 조성에서 찾고자 한다.

사업장 화학물질 선택 기준은 비용이 저렴하며 생산성이 높고 규제를 덜 받는 것을 선호하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싸고 좋은 것도 유해하다면 올바른 선택이 될 수 없다. 일하는 사람에게 유해하다면 조금 비싸고 생산성이 떨어지더라도 덜 유해하다면 그것이 안전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화학물질 선택시 우선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꼼꼼히 검토해보아야 한다. MSDS는 화학물질의 유해·위험성, 응급조치요령, 독성에 관한 정보등 안전한 화학물질 사용에 관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학물질 선택은 사업주 일방적인 선택이 아닌 직접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노동자의 이해를 전제로 한다.

작업환경측정 및 특수건강검진은 1981년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될 때 부터 실시된 작업환경관리제도다. 작업환경측정은 사업장내 발생하는 유해인자의 노출정도를 평가하는 제도며 특수건강검진은 유해인자 취급 근로자의 건강이상유무를 확인하는 근로자 건강보호기초제도이다. 법 제도가 시행된지 40년이 경과되었지만 아직까지 작업환경측정과 특수건강검진을 실시하지 않는 사업장이 많다. 몰라서 못했다기에는 40년의 시간이 너무 길다. 아직까지 측정을 하지 않았거나 검진을 하지 않았다면 조속히 작업환경측정과 특수건강검진을 실시하기 바란다.

깨끗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작업환경관리 대책으로 첫째 화학물질은 뚜껑이 있는 용기에 최소량만 보관하여야 하며, 둘째 사용중인 용기에는 화학물질 명칭, 취급시 주의사항이 적힌 경고표지를 붙여서 사용하고 셋째 화학물질은 밀폐하거나 환기가 잘되는 장소에서 사용하고 마지막으로 작업자는 마스크, 장갑, 보호복 등을 착용하여야 한다.

사업장을 방문해보면 작업현장에 화학물질이 담긴 용기와 화학물질로 닦은 폐보루 등이 현장에 방치되어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젖은 수건을 실내에서 말리는 것처럼 휘발성 유기용제 등이 담긴 빈 뚜껑이나 폐보루 등은 젖은 수건의 역할을 한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또한 최소량 보관은 당일 사용량만 보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여야 한다.

화학물질이 담긴 용기에 화학물질 명칭, 취급시 주의사항이 적힌 경고표지를 붙이는 경우는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실수로 화학물질 잘못 마시는 음용사고도 경고표지를 붙이지 않아서다. 사업장에 가보면 플라스틱 음료용기, 종이컵 등에 정체불명의 액체가 담겨있는 경우가 많다. 작업자에게 물어보면 현장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란다. 하지만 그 내용은 취급 작업자만 알고 있다. 이제 작업현장에 플라스틱 음료용기와 종이컵은 퇴출하여야 한다.

화학물질이 인체로 유입되는 경로의 90% 이상은 작업장 공기를 통해 호흡기로 유입된다.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작업장의 공기는 피피엠(ppm, 백만분의 1)수준으로 관리되어야 하므로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설비나 작업을 밀폐하여야 하며, 환기가 잘되는 장소에서 사용하여야 한다.. 이때 환기설비는 고기구이집 후드처럼 발생하는 설비 근처에 설치하고 가능하면 오염물질을 후드 내부에 두는 국소배기방식으로 환기시켜야 한다. 과거 환기가 안되는 탄광에서 일하던 노동자의 상당수가 폐에 먼지가 차서 호흡기능이 저하된 진폐증에 고통받고 시달리고 있으며 앞에 언급된 세척제 중독사고의 사업주 안전보건책임이 국소배기장치 미설치임을 보면 환기장치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화학물질의 안전한 사용으로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는 방안은 새로운 것이 아닌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사항이다. 이제 사업주와 노동자가 함께 실천하는 활동이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사업장이 되는 지름길임을 명심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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