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모두 참여하는 위험성평가와 적용 쉬운 모델 개발 중요성 강조돼

학술제 참여자들이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사진 = 김지명 기자. 
학술제 참여자들이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사진 = 김지명 기자. 

안전 분야에 비해 미흡한 보건 분야 위험성평가에 대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효과적인 구축 방안을 논의키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대한산업보건협회 산업보건환경연구원은 24일 국회의원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산업보건 분야 위험성평가 제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정책’을 주제로 제15회 산업보건학술제를 개최했다.

/ 사진 = 김지명 기자. 
/ 사진 = 김지명 기자. 

대한산업보건협회 산업보건환경연구원이 주관하고 산업보건협회, 김형동 국회의원실이 공동주최, 고용노동부가 후원한 이번 학술제에는 산업보건 전문가들이 참여해 산업보건 분야의 위험성평가 실효성 확보를 위해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 날 학술제에는 백헌기 대한산업보건협회 회장, 김형동 국민의힘 국회의원, 김철희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정책관, 정지연 한국산업보건학회 회장 등을 포함해 약 40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1, 2부로 나눠 진행됐으며 1부에서는 학술제 개최를 알리고 축하하는 인사말과 축사가, 2부에서는 주제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박영수 대한산업보건협회 산업보건환경연구원장 / 사진 = 김지명 기자. 
박영수 대한산업보건협회 산업보건환경연구원장 / 사진 = 김지명 기자. 

박영수 대한산업보건협회 산업보건환경연구원장은 축사에서 “안전 분야의 위험성평가에 비해 보건 분야의 위험성평가는 체계나 데이터 등의 정보가 미흡한 실정인데다가 보건 분야에의 산재는 급식노동자 폐암 사망과 같은 사례처럼 예측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며 “위와 같은 문제들이 학술제를 통해 개선되고 안전보건분야의 위험성평가가 진일보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백헌기 대한산업보건협회 회장 / 사진 = 김지명 기자. 
백헌기 대한산업보건협회 회장 / 사진 = 김지명 기자. 

이어 축사를 맡은 백헌기 대한산업보건협회 회장은 “정부가 지난해 12월 30일 중대재해감축로드맵을 발표하며 위험성평가를 쉽게 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내놨으나 보건 분야에 대한 내용이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며 “직업성질병에 의한 사망 및 재해예방을 위해 보건 분야의 다양한 위험성평가 모델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번 토론회가 현실에서 사용될 수 있는 위험성평가가 될 수 있도록 논의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 / 사진 = 김지명 기자.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 / 사진 = 김지명 기자. 

이어 이번 행사를 공동주최한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축사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노동 개선 정책 제1목적은 산업재해를 줄이는 것인만큼 정부가 가장 앞장서서 산재를 위해 정말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다”며 “오늘 학술제를 통해 나온 얘기들을 잘 듣고 예산 편성 등에도 적용하겠다”고 했다.

김철희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정책관은 “산업보건분야까지 위험성평가 범위를 확장키 위한 방안, 디지털라이제이션에 따른 소규모 사업장의 효율적인 IOT 활용 방안, 사회적·자연적으로 바뀌는 산업보건 문제 양상 대처 가이드라인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지연 한국산업보건학회 회장은 “위험성평가의 모델 개발도 중요하지만 전문가는 옆에서 도움을 주는 정도의 역할만 하고 사업장에서 스스로 자기의 수준에 맞게 발견하고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위험성평가가 사업장에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유진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 = 김지명 기자. 
이유진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 = 김지명 기자. 

이어진 2부 순서에서는 이유진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과 이준원 숭실대학교 안전융합대학원 교수의 주제발표가 진행됐다.

먼저 이유진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직업성질환 예방 위험성평가 모델 개발 방향’을 주제로 보건 분야의 현 실태 및 문제점과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올바른 위험성평가 모델 구축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조리사가 조리흄으로 인해 폐암 등의 질병을 얻었던 사례를 언급하며 “조리흄으로 인한 질병은 10년에 걸쳐서 발생한다, 좋지 않은 영향을 받는다고 갑자기 암에 걸려 눕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환기만 잘 해도 암에 이를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결과를 얻게 된 지금 발생한 또 다른 문제는 환기팬 설치 등 개선을 실시해도 개선 대책 수립 과정에서 근로자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으면 실효성 없는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이 연구원은 “예를 들어 조리흄 예방을 위해 환기팬을 설치했는데 소리도 크고 위치도 일하기 불편한 위치에 설치돼 있어 근로자 본인이 환기팬을 끄기도 한다”며 대책 수립 과정에서의 근로자 참여의 중요성과 함께 질병 발생 원인에 대한 정확한 근로자 본인의 이해를 강조했다.

근로자가 본인에게 발생할 수 있는 질병에 대한 이해와 근무 환경에서의 위험성을 파악키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는 위험성평가에 대한 설명이 어렵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많은 화학물질들의 특성을 다 이해하기에는 전문가가 아니고서야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 방문 경험을 떠올리며 “화학물질을 다루는 근로자들이 호흡기는 마스크로 막고 있으면서도 반팔을 입고 근무하고 계셨다”며 “눈과 피부로 흡수되는 양이 상당한데 그 사실은 알고 계시지 못한 채 또 엄청난 양의 유해 화학물질을 흡수하고 계셨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근로자가 알기 쉽도록 재구성할 필요성을 느꼈다”며 근로자와 함께 하는 위험성평가 방법으로 ▲예방정보 문해력 높이기 ▲쉽게 공유하기 ▲지식에 공감하게 하기 세 가지를 제시한 이 연구원은 “근로자가 스스로 보호할 수 있을만한 시스템을 갖추고 이후에는 본인이 스스로 위험요인을 먼저 파악해 회피할 수 있어야 위험성평가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 연구원은 “보건 분야 위험성평가가 안전 분야와 다르게 접근해야 하는 이유는 인간 특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조리사의 특성은 50대 이상이 많고 50대 이상 여성은 폐암 발생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는 취약점을 파악해야 훨씬 효과적인 대책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보건 분야 위험성평가 수립에 고려할 것을 촉구했다.

이준원 숭실대 안전융합대학원 교수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 = 김지명 기자. 
이준원 숭실대 안전융합대학원 교수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 = 김지명 기자. 

‘위험성평가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주제로 발표한 이준원 숭실대 안전융합대학원 교수는 위험성평가 전반에 대한 평가와 개선점에 관한 내용을 다뤘다.

이 교수는 현재 위험성평가의 문제점으로 ▲50인 미만 중소규모 사업장에서의 사망 등 중대재해 다발 ▲위험성평가 등 자기규율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미비 ▲위험성평가 컨설팅 및 교육 지원 예산 미흡 ▲보건 분야 위험성평가 기법 미비 ▲위험성평가 우수 사업장 인정 및 산재예방요율제 지원 대상 한정 ▲위험성평가 실행 노사 참여 미흡 등을 꼽았다.

이 중 보건 분야 위험성평가 기법 미비와 관련해 이 교수는 “CHARM이라는 화학물질 위험성평가 기법이 있기는 하나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조차 이 기법을 사용하는 비율이 적을 정도로 사용하기 어렵게 만들어져 있다”며 사용하기 쉬운 보건 분야의 위험성평가 도구 개발 필요성을 지적했다.

아울러 앞서 이 연구원이 강조했던 바와 같이 “위험성평가 시 노사참여 활성화 제도가 미흡하다”며 “사업주 뿐 아니라 근로자에게도 가르치고 배워서 위험성평가를 함께 실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토론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 = 김지명 기자. 
토론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 = 김지명 기자. 

이어진 2부 순서에서는 조기홍 대한산업보건협회 산업보건환경연구원 실장을 좌장으로 강태선 서울사이버대학교 교수, 조재현 전국기업체산업보건협의회 회장, 김근한 노무법인 청인 대표, 김효준 대한산업보건협회 사업지원본부장, 최성필 고용노동부 산업보건기준과 사무관이 토론을 진행했다.

먼저 강태선 서울사이버대학교 교수는 “현행 산안법령 자체가 위험성평가를 규정하고 있으나 위험을 저감하거나 개선하는 내용이 주가 아니기에 위험성평가와 병립이 어려운 형태를 띄고 있다”며 “선진국의 경우와 같이 개선에 중점이 있는 위험성평가를 실시해야 하며 업종별 단체협약처럼 노사자치에 의한 것이지만 규범력이 있는, 그런 형태의 자기규율이라는 개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재현 전국기업체산업보건협의회 회장은 “사업장에서 보건 위험성평가가 어렵다”며 “중처법이 생기고 산안법도 그에 따라 개정이 되며 위험성평가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안전보건관리자 위주로 평가되고 있어 근로자가 느끼는 실제적인 평가인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근로자에게 일을 시키는 입장에서 경영적인 측면에서 안전과 보건을 자연히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게 맞으나 위험성평가에 근로자 참여를 확대한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또 “중소기업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안, 즉 보건 관리 대행기관 및 전산시스템 지원 등이 마련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김근한 노무법인 청인 대표는 현재 위험성평가 컨설팅을 자문하고 있는사업장의 사례를 들며 직접 느낀 실무적 어려움 세 가지를 ▲보건 측면에서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설비·도구 등 공법에 대한 이해 부족 ▲위험성 감소 대책 수립 시 경영학적 기법에 대한 이해 부족 ▲필요한 곳에 안전관리자를 배치하는 것 등에 대한 사업주의 이해 부족을 꼽으며 “위험성평가 전반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효준 대한산업보건협회 사업지원본부장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발표 당시 산업재해 감축 로드맵이라고 하고 보건 분야에서의 개선 내용을 담았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보건 분야 종사자로서의 개인적 아쉬움이 있었다”고 말하며 “위험성평가가 어렵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서 보건관리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게 한다면 사업장 내 보건 분야 위험성평가가 훨씬 빨리 자리잡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최성필 고용노동부 산업보건기준과 사무관은 “위험성평가가 제대로 작동되게 하기 위해서는 안전보건규칙이 개선돼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고,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감축로드맵을 통해서 위험성평가를 강조하고 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위험성평가에 대한 근로자의 인식이 떨어지며 중대재해감축로드맵에 보건과 관련한 구체적 내용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최 사무관은 “다만 이를 보충할 수 있는 산업보건혁신방안을 12월 안으로 내놓을 계획이 있다”고 밝히며 “안전과 보건이 분절적으로 작동되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건 분야 위험성 평가의 어려움을 언급하며 “보건 분야 위험성평가는 툴의 유무를 떠나서 화학물질의 특성, 근로자의 집단별 인간적 특징과 같이 안전 분야보다는 고려해야 할 사항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이에 “이번에 발표될 산업보건혁신방안에서는 이같은 사항을 고려해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포럼 형태의 논의도 이후에 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이 날 참석자들은 보건 분야 위험성평가에 사업주 뿐 아니라 근로자도 함께 참여해야 하며 이 같은 사항이 실행되기 위해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보건 분야 위험성평가 모델이 개발돼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이후 본지 기자는 최성필 고용노동부 산업보건기준과 사무관을 만나 이번 학술제를 계기로 발표 예정인 산업보건혁신방안에 추가되거나 강조할 부분이 있는지 물었다.

최 사무관은 “위험성평가가 위험성평가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안전보건조치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위험성평가와 안전보건조치 간의 유기적 연결성이 있어야 한다”며 “연결고리를 만드는 데 방점을 두고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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