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기업을 대상으로 매달 업황을 설문해 ‘기업경기 실사지수’를 발표한다. 통계 발표를 시작한 2003년 이후로 전산업 업황지수가 평균 77에 불과하며 기준인 100을 넘어선 적이 없다. 기업의 반응이 긍정보다는 부정적으로 나타난 때문이라고 한다. 

‘경기가 안좋다’는 얘기는 오래전부터 공공연하게 떠돈다. 경제성장률을 볼 때 2000년대 5%, 2010년대 3%로 하락세를 보였으며 올해는 2%대로 전망된다. 이는 경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결국 ‘성장률이 낮다’는 말은 우리나라 경기가 좋지 못하다는 것과 함께 계속 위기상황에 빠져 있다는 반증이다. 더구나 추가경정예산이 상시 편성돼 왔다는 것도 문제다. 추경은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경기 침체, 대량 실업 등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을 때 편성토록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1990년부터 2022년까지 33년 동안 추경이 무려 38회나 편성됐다. 해마다 추경을 편성해야 할 정도로 경제상황이 악화됐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최근 일각에선 ‘만성적 경제 위기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경제 위기론을 제기하고 정부지출 정상화를 주장한다. 경제 위기론에 따른 잘못된 대책은 경제 위기론을 부추기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우리 경제의 특성은 ‘상저하고(上底下高)’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이는 상반기는 낮고 하반기는 높다는 의미로 우리 경제가 올해 상반기에 바닥을 치고 하반기에는 본격 회복된다는 정부의 낙관적 경제 전망을 집약한 표현이다. 회복 기미는 미약하고 고물가·고금리가 경제주체들의 어깨를 다시 짓누르면서 불황이 오래갈 것 같다는 불안감이 커진다. 최근 환율과 시장금리 급등, 주가급락 현상이 겹친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가들은 투자금을 빼가고 기업과 금융기관들은 유동성 확보 경쟁으로 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경기 회복과 기업실적 회복 기대가 불투명으로 바뀌면서 주가는 급락했다. 경제주체들이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불안감으로 바뀌면 선순환은 더욱 어려워진다. 통화정책 운신의 폭이 좁은 만큼 재정정책에서라도 유연함을 발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저작권자 © 안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