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창 안전보건공단 충북북부지사 교육보건부장

아침 출근길에 짙은 안개와 함께 싸늘한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지금이 절기상 한로(寒露) 와 입동(立冬) 사이에 있는 상강(霜降)으로 말 그대로 서리가 내리는 시기를 뜻한다. 상강 근처에는 낮에는 가을 햇살이 따뜻하고 쾌청한 날씨가 지속되며 아침, 저녁으로는 기온이 심하게 내려가면서 첫얼음이 얼기도 한다. 이 시기에 단풍이 울긋불긋 물들고 국화도 만개 하는 아름다운 시기다.

국화는 여러해살이풀로 꽃의 크기에 따라서 대국, 소국이 있는 등 다양한 품종과 색상을 자랑하며 키우기 쉽기 때문에 공원, 길가, 화단 등에서 자주 만나는 꽃이다. 옛날부터 국화는 사군자중 하나로 우리 조상들이 좋아했던 역사가 오랜 꽃이다. 서리가 내리는 가을에 찬바람을 이겨내고 향기로운 꽃을 피워내는 국화의 모습이 자신의 신념을 지켜내는 군자와 닮았다고 하여 가까이 두고 귀하게 여겼다고 한다.

국화가 이렇게 아름답게 꽃 피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과 환경이 필요하다. 즉 온도, 일장(하루해의 햇빛의 길이), 수분, 양분 등이 필요하다. 이러한 요인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야만 우리가 좋아하는 만개한 국화꽃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요즘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는 안전문화도 마찬가지로 꽃 피우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의 관심, 지속적인 지원, 모든 구성원의 참여와 공유가 필요하다.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선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듯이 안전문화를 꽃 피우기 위해서는 경영자, 관리감독자, 근로자뿐만 아니라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것이다.

안전문화는 “개인 또는 조직 구성원이 안전에 관한 근로자들의 공유하는 태도, 믿음, 인지 및 가치 등을 통칭”하고 있다. 안전문화라는 개념은 1986년 체르노빌 사고이후 IAEA에 의해 발간된 INSAG-1 체르노빌 사고 후 검토회의 결과요약 보고서에서 안전문화라는 말이 최초로 사용되었고 이 보고서에서 직접적인 사고 원인 이외에도 원자력발전소의 설계, 제작, 건설, 운영 등의 과정에서 나타난 안전문화의 부재가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하였다.

안전문화는 쉽게 변하지 않는 특성을 가진다. 따라서 조직에서의 개선 노력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다양한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 아무리 씨앗이 좋아도 온도, 습도, 흙 등이 없으면 꽃피기 어려운 것처럼 안전문화를 꽃피우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안전문화와 조직의 핵심가치와의 일관성, 열린 의사소통, 리더십, 신뢰관계 구축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안전문화가 꽃피우기 위해서는 몇 가지 단계가 있어야 한다. 보통 도입기, 도약기, 성숙기로 구분하는데 필자가 안전보건공단에 입사한 2000년도 초반에도 우리나라 안전문화의 수준은 도입기를 거쳐 도약기였다. 그런데 현재도 대부분의 책이나 자료에서 우리나라의 안전문화 수준을 도약기로 보고 있다. 강산이 변한다는 20년이 지났는데도 우리나라의 안전문화 수준은 그대로 정체하고 있는 것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국화처럼 안전문화도 우리의 생활 속으로 깊숙이 들어와 가 의식하지 못하는 일상적인 수준으로 공유하고 소통하며 행동할 때 비로소 안전문화가 꽃피는 시기가 아닐까 한다. 그 시기가 그리 멀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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