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기업 대상 사건’을 의결 처리하는데 1건당 평균 605일이 소요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1건당 600일 넘게 걸렸다는 사실은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그만큼 증폭되고 있다는 동시에 처리기간이 너무 길었다는 것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평균 조사기간은 453일, 판결에 해당하는 의결기간은 152일, 조사에서 의결까지 걸린 기간이 5년 전보다 44.4%(186일)가 늘어났다. “기업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다 보니 사건처리가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고질적 조사지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공정위는 조사와 정책부서를 분리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그러나 기업에서는 조직개편이 과도한 현장조사의 단초가 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금융과 통신분야 수수료·요금 담합여부를 시작으로 사교육시장 허위광고, 외식업계 가맹점 실태조사, 건설사 부당 하도급·담합 등으로 조사범위가 전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공정위의 조사역량도 꾸준히 문제로 지적돼 왔다. 지난해 기업이 제기한 과징금 불복소송에서 패소해 환급한 과징금이 1379억원에 이른다. 과징금과 함께 돌려준 이자 91억원까지 합하면 지난해 부과한 과징금 8224억원의 17.9%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결국 무리한 조사로 잘못 부과된 과징금을 기업에 되돌려주는 과정에서 세금이 낭비됐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기업들의 불복소송 제기건수도 60건이나 된다. 기업들은 불복소송으로 과징금, 이자, 소송비용 등을 보전받긴 하지만 조사와 소송과정에서 허비한 시간과 기업 이미지 추락 등을 무엇으로 보상받아야 하나? 

공정위는 기업의 독과점·불공정거래 등 불법행위에 엄정 대응해야 하지만 그런 이유를 기화로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을 받아서는 안된다. ‘경제 검찰’이라는 명성을 쌓아온 공정위는 조사능력을 크게 높여 기업 사건에 대해 신속하게 결론을 내려줘야 할 책임이 있다. 시장에 대한 과도한 개입을 한다거나 기업에 대한 무리한 조사, 더구나 조사기간을 오래 끄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 기업의 불법 부당행위는 가차없이 척결해야 하지만 기업의 창의적 경제활동을 위축시키지 말고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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