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재 안전보건공단 서울광역본부장

여름철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서울지역 일터에서 사망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광복절 다음날인 지난 16일 구로구의 고등학교 증축 건설현장에서 고소작업차량을 이용해 작업 중이던 근로자 2명이 떨어져 사망했다. 지난 6월말에는 강남구에서 고소작업차량에 탑승해 건물외벽의 방수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추락해 숨졌다.

이런 사고성 산업재해로 서울지역에서 올 들어 20여명이 넘는 근로자가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사망자수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 ‘한국의 안전보고서 2022’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로 사망한 2223명 중 874명이 사고로 사망했다. 나와 가정의 행복을 위해 출근한 일터에서 하루에 3명이 넘는 근로자가 사고를 당해 집으로 퇴근하지 못했다는 사실 앞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들은 어제까지 우리의 가족이자 동료이고 이웃이었다.

세계적인 정신과의사인 퀴블러 로스에 따르면 사랑하는 사람을 잃으면 부정과 분노, 우울, 상실감의 고통을 겪는다고 한다. 산업재해 사망은 당사자의 아픔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족 등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 돼 상처를 남긴다.  

이러한 사고 사망 산업재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이해를 돕기 위해 앞서 예를 든 사고의 내용을 살펴본다.

고등학교 증축 현장의 경우 고소작업차량 등을 이용해 작업을 할 때는 위험요인을 사전에 파악하는 조사를 실시하고 작업계획서를 반드시 작성해야 하지만 생략됐다. 20미터 이상의 높은 장소에서 작업을 하면서도 안전모와 안전대를 착용하지 않았다. 5층 건물의 외벽 방수작업 중 사고가 난 현장은 안전모와 안전대를 지급하지도 않았다. 

사고가 발생한 두사례를 보면 공통점이 있다. 일을 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하는  안전의 기본과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올들어 서울지역에서 발생한 사고사망자 중 안전모를 착용치 않은 경우가 전체 사망자의 48%를 차지했다. 떨어져 사망한 사고의 평균 높이는 4.7미터였다. 안전모 착용시 머리에 가해지는 충격을 13분의 1로 줄여준다는 성능실험의 결과를 생각해 볼 때 안전모 미착용에 대한 안타까움이 크다. 

서울고용노동청과 안전보건공단 서울광역본부에서는 연말까지 ‘생명을 지켜주는 안전모 지급·착용 캠페인’을 실시한다. 이번 캠페인 기간에는 떨어짐 위험이 높은 고소작업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착용해야 하는 안전모, 안전대 등 보호구의 지급과 올바른 착용 여부를 집중적으로 점검한다. 개선이 필요한 현장에 대해서는 개선 여부를 끝까지 확인하고 미개선시 감독을 실시한다. 

사고는 우연한 사건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개연성 있는 경미한 사고가 반복되면서 일어난다. 따라서 사전에 사고가 날 것을 대비해서 철저히 준비하고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牧民心書)’에서 ‘재난을 생각해서 예방하는 것이 재난을 당한 후에 은혜를 베푸는 것보다 낫다(思患而豫防 又愈於旣災而施恩)’라며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할 때 제발 그 안전모를 벗지 마세요. 안전모가 당신의 생명을 지켜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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