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규 안전보건공단 경기북부지사장

건강관리를 위해 산에 다니다 보니 요즘 젊은 등산객이 많아진 것이 눈에 띈다. 등산은 중장년층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 건강을 중시하는 젊은층이 산으로 몰리고 있다. 

겨울철 등산객들은 제아무리 초보라 해도 겨울산의 매서움을 익히 들었는지, 기능성 복장부터 각종 안전장비까지 단단히 채비를 하고 올라온다. 

반면 여름철 등산객들은 모든 것이 짐스러운지 식수나 간편식을 비롯한 기본적인 짐도 챙기지 않고 가벼운 차림으로 올라오는 모습을 보게 된다. 

폭염 속 준비되지 않은 등산은 칼추위 속 등산만큼 위험한 것인데 이런 위험성을 모르고 산에 오르면 본인도 모르는 사이 고온에 의식을 잃고 쓰러질 수 있다.

산업현장도 마찬가지다. 준비되지 않은 무더위 속에서 작업이 이뤄지는 경우 온열질환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등산이야 여름 한철 가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작업장은 가동을 멈출 수도 없으니 참으로 막막한 노릇이다. 

전국적으로 최근 5년(2018~2022년)간 여름철 폭염으로 온열질환을 겪은 산업재해자는 152명이며 사망자는 23명에 이른다. 게다가 최근에는 폭염시기가 빨라져 6월부터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이런 상황에서는 예년보다 폭염일수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온열질환은 기온이 오르면 오를수록 치명적일 수밖에 없으니 역대 무더위가 예상되는 올해 산업현장은 더욱 우려스럽다. 온열질환은 건설업 종사자처럼 햇빛에 노출돼 작업하는 근로자에게 발생하지만 제대로 된 냉방시설이 구비되지 않은 실내작업에서도 종종 발생한다. 외부 기온에 따라 온도가 영향받는 장소라면 실내외 구분없이 온열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여름 산행시 더위로 기본적인 짐 챙기는 것 조차 소홀해지듯 산업현장에서도 기본적인 보호구 착용을 기피하게 된다. 이렇게 더위가 의지와 집중력을 무디게 만들어 안타까운 사고로 이어진다. 여름철 등산시 탈진하지 않으려면 물을 충분히 챙겨서 틈틈이 마시고 나무 그늘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며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산을 올라야 한다. 산업현장에서도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이 ‘물·그늘(바람)·휴식’이라는 3대 기본수칙을 지켜야 한다.

우선 각 사업장에서는 시원하고 깨끗한 물을 제공해 작업자가 작업 중 규칙적으로 물을 섭취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또 야외라면 작업자와 가까운 곳에 그늘진 장소를 마련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 실내인 경우 더운 공기가 정체되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환기해 실내온도를 관리해야 한다.

요즘 같이 무더운 시기에는 무엇보다 잠깐의 휴식이 중요하다. 폭염특보 발령시 규칙적으로 휴식을 부여하고 더위가 절정인 시간대(14~17시)에는 옥외작업을 최소화해야 한다.

등산객들 사이에서는 여름이건 겨울이건 날씨가 극도로 매서운 계절에는 가급적 여럿이 산행을 하려 한다. 혼자서 등산을 감행하다 무더위 속에 쓰러질 경우 구조요청이 어렵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여름철 작업시에는 나 홀로 작업을 피하고 함께 일하는 동료를 잘 살펴봐야 한다. 온열질환에 민감한 기저질환자, 업무 강도가 높은 작업을 수행하는 이는 작업 전·후 이상이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작업 중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경우 즉시 119에 구조 요청을 해야 한다.

연일 폭염특보가 이어지고 있다. ‘물·그늘(바람)·휴식’, 더 나아가 서로에 대한 관심으로 올 여름을 안전하게 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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