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관통하고 북쪽으로 물러갔지만 곳곳에 엄청난 상처를 남겼다. 극한 폭풍우로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농경지 침수, 주택 파괴, 산사태, 도로 파손, 제방 파손 등 피해가 속출했다. 정부는 재난문자 시스템을 통해 대피경로, 안전대책 등을 수시로 통보했고 산업현장과 일반 가정도 신속하게 반응, 예고된 재난에서의 피해를 최소화했다. 

그러나 카눈은 기상환경이 완전히 달라진 만큼 산업 및 농경지에 대한 수해 대비와 재해예방 매뉴얼도 근본부터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는 과제를 안겨줬다. 안전불감증, 무능과 방심·태만 등이 대형사고로 이어진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우리는 좁은 국토에서 농경사회와 산업사회를 함께 구축하고 있다. 농경시대에서 산업시대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지금까지의 국토이용 및 토지개발은 자연재해 예방문제를 차선으로 둔 채 개발우선주의로 이뤄진 것이 사실이다. 국가와 개발 주체가 특단의 예방대책 없이 공사부터 벌여온 탓에 장마철 집중호우나 강한 태풍 때마다 인명과 재산피해, 산업시설 파괴 등이 발생, 국민 혈세의 낭비를 불러오는 악순환을 되풀이해왔다. 이런 사태를 더 이상 자연재해, 천재지변으로 넘길 수만은 없다. 철저한 대비가 우선이다. 

무분별한 토지 개발에 앞서 폭풍우, 해일 등 각종 재해로부터 산업시설물과 국민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대책을 먼저 수립해야 한다. 도시가 시멘트로 완전 포장돼가는 현실에서 집중호우로 쏟아지는 빗물이 스며들 땅이 없다. 결국 저지대 도로와 지하도, 골목길을 덮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태풍에 정면으로 맞서야 하는 오늘날, 정부는 방재, 기후재난에 대비하는 국토이용 및 토지개발에 우선을 둬야 하고 그런 노력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사업자도 자연재해에 대한 안전을 확보하는 일이 필수다. 

지구 온난화와 기상이변이 일상화된 오늘날엔 안전관리와 대응에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된다. 무엇보다도 인재(人災)·관재(官災)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카눈이 할퀴고 간 지금 행정력을 총동원해 수해재난과 산업시설 복구에 총력을 쏟는 일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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