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탁 안전보건 칼럼니스트

직장을 얻어 일하기 시작하면서 꿈을 꿨다. 언젠가는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에서 시골생활을 해야 하겠다고.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처럼 그 꿈은 실현됐다. 어느 산골짜기 맑은 물이 흐르는 아름다운 곳에 지어진 전원주택을 보고 마음이 동해 이 집의 주인이 됐다. 

그런데 집 뒤에 산이 가까이 있어 위험해 보였다. 나는 산에서 흘러내리는 빗물을 집쪽으로 흐르지 못하게 하고 집의 좌측과 우측으로 분산시켜 흐르게 만들었다. 그래도 집쪽으로 흐르는 일부의 우수는 곧바로 하부로 흘러내리도록 배수로를 잘 만들었고 배수로가 막히는 일이 없도록 계속 관리했다. 위험 사항을 인지하고 이를 보완하는 작업을 했기에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고 전원생활을 즐기고 있다. 

장마철엔 어느 때나 마찬가지로 산사태가 일어나고 소중한 인명이 희생된다. 반복되는 재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겠다는 말은 언제나 소용이 없다.  헛일을 한 것이다.

그 예로 위험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곳에서 산사태가 90% 발생했다니 헛일이 아닌가? 그러므로 인재라고 말한다. 막을 수 있는 시간과 방법이 있으나 이를 제대로 계획하고 실행하지 못했으니 확실한 인재인 것이다. 안타깝고 분하다.

지하차도에 일시에 몰려든 빗물 때문에 많은 생명들이 사라졌다. 이미 지난해에도 있었던 사고이나 이를 교훈으로 삼지 못했다. 역시 안타깝고 분한 일이다. 인구가 부족해서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는 말은 쉽게 하면서 출산해서 키우고 사회의 일꾼으로 만들어진 생명을 경시하고 희생시키는 일은 왜 근절되지 못하고 반복되는가?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다. 이럴 수가 있는가? 이게 나라냐? 또 다른 사람들은 책임회피에 급급하고 있다. 그곳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줄 몰랐다, 신고된 곳이 다른 곳 인줄 알았다, 장비가 고장이었다, 그렇게 사태가 급변할 줄 몰랐다, 주의하라고 했다, 대피하라고 했다 등. 

그러나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즉 그곳에서 그런 일이 일어 날 것이라고 예측하고 대비했어야지, 신고된 곳을 정확하게 알고 출동해야지, 장비의 고장에도 대비했어야지, 위험은 항시 갑자기 빨리 닥친다고 알고 행동해야지, 주의를 하지 않아도 되도록 만들어야지, 대피하지 않아도 되도록 조치했어야지.

산업현장도 마찬가지다. 산업현장에도 갑자기 무너지는 산사태가 있고 갑자기 물이 차는 지하 차도가 있다. 위험이 상존하는 건설현장이 그곳이고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는 위험기계·기구들이 즐비한 현장이 그곳이다. 유해물질이 사용되고 산소가 부족한 밀폐공간들이 많다. 이런 곳에서는 지금 이 시간에도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산사태가 어느 산골짜기의 문제만이 아니고 산업현장에도 있다. 지하차도 사태가 도심의 어느 지하차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업장에도 있다.

발생한 안타까운 수해현장의 사고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헛일을 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 사업장의 산사태를 막고 지하차도 침수사고를 막아야 한다. 높은 곳에서 사람이 추락하는 것을 막아라. 위험이 보이는 지하차도의 출입구를 차단하라. 마찬가지로 위험한 설비나 기계·기구에의 접근을 차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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