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동바리비계공정 원청과 직접 계약 등 독립영역 법제화 시급”

인간의 뼈대에 비견될 만큼 중요한 건설현장 가설물. 이 범주에 있는 동바리와 비계기술 중 시스템동바리비계가 안전에 적합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추세다. 기존 기술보다 체계적인 시스템과 전문교육을 통해 이들 가설물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 이에 시스템동바리비계 공정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전문교육 시행을 위해 올초 비영리 사단법인 형태인 시스템동바리비계협회까지 생겼다. 김진호 시스템동바리비계협회 이사장을 안전신문이 만났다. 시스템동바리비계기술 공정의 독립성을 확보해 나가면서 독자적인 영역을 가진 조직으로 우뚝 설 것이라는 그의 포부와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동바리비계공정은 철근콘크리트 전문건설업체로부터
하도급 받는 형틀보조공정 정도로 취급받고 있어
하도급·재하도급 거치면서 공사단가는 더 낮아지고
전문성 낮은 업체들이 덤핑 입찰을 통해 공사를 맡아
부실시공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붕괴·전도사고 빈발”

▲(사)시스템동바리비계협회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한국 건설의 성장과 함께 가설건축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동바리와 비계 또한 발전해 왔고 이제는 강관동바리비계보다 시스템동바리비계를 사용하는 현장이 더 많아진 단계까지 와 있다.
하지만 시스템동바리와 시스템비계가 가설공정에서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에 비해 지금까지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고 이런 그릇된 인식에서 야기되는 각종 사고로 인해 우리 사회는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 왔다.
시스템동바리비계협회는 현재 가설공정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점들을 분석해 해결책을 제시키 위해 올 1월 설립된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시스템동바리비계협회에서 분석하는 가설업계의 문제점들은 무엇인가. 

가설공정에 대한 낮은 인식이 가장 큰 문제다. 가설공정은 콘크리트의 강도 등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외관의 심미성을 좌우하는 등 건축물의 가치를 높여주고 시공현장에서 작업자의 안전을 담보하는 중차대한 공정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공정을 보조하는 공사로 하찮게 취급받아 왔다. 하도급의 하도급이 관행처럼 행해졌고 현장에는 전문성이 부족한 업체의 비숙련공이 투입돼 가설구조물의 설치와 해체의 질이 낮아지면서 각종 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지난해 발생한 광주 화정지구 아파트 붕괴사건의 원인이 비용과 시간을 아끼기 위해 동바리를 설치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밝혀졌는데 이는 가설공정을 바라보는 현장의 인식 수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동바리 설치는 건너뛰고 진행해도 된다는 생각은 동바리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사람에게서 절대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안전성과 현장의 문제 해결이 깊은 연관성이 있다는 건 이론적으로 쉽게 유추할 수 있는데 현장의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설명 좀 부탁드린다.

추위, 더위, 눈, 비, 바람 등 날씨의 영향을 받으며 작업하는 야외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들은 전부 모아 분류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하다.
베테랑 작업자 중에 쉬려고 잠깐 안전모를 벗었을 때 머리 위로 자재가 떨어지고 어쩌다 하루 안전화를 안신고 온 날 발등이 찍히는 경험을 안해본 사람이 없다. 
안전고리를 안걸고 작업하다 구사일생으로 위험에서 벗어난 무용담들이 전설처럼 전해지곤 한다. 물론 위험에서 못벗어난 슬픈 이야기도 많이 전해지고 있다.
이런 환경을 가진 시공 현장의 안전성은 철저한 원칙 준수와 올바른 안전장비 착용이라는 2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확보된다고 생각한다.
이에 따라 협회에서는 관계법령을 포함한 안전수칙과 안전장비의 바른 사용법이 정리된 교재를 만들어 전문적인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시공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가설공정에서의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독자성을 확보하는게 왜 그렇게 중요한지. 

크게 2가지 분야에서 가설공정의 독자성이 확보돼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첫째 원청과 직접 계약할 수 있는 독립공정이 돼야 한다. 현재 동바리비계공정은 철근콘크리트 전문건설업체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틀보조공정으로 취급받고 있다. 하도급, 재하도급을 거치기 때문에 공사단가는 낮아지고 전문성이 낮은 업체들이 덤핑 입찰을 통해 공사를 맡아 부실시공하는 사례도 많다 보니까 동바리가 붕괴되거나 비계가 전도되는 사고가 발생한다. 
둘째로는 시스템동바리비계가 강관동바리비계와는 독립된 공정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현재는 시스템동바리비계 관련 일을 하려면 강관동바리비계 관련 교육을 받거나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두 공정 사이에 유사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유사성과 전문성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시스템비계에 숙달됐다고 해서 강관비계를 능숙하게 설치할 수 없는 것처럼 강관비계 전문가 역시 처음부터 시스템비계를 제대로 설치하지는 못한다. 승용차 운전할 줄 안다고 지게차까지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이에 시스템동바리비계는 해당 교육을 받고 자격을 취득토록 강관동바리비계와 독립돼야 한다.

▲협회에서 진행하는 교육이 다른 교육과 비교할 때 갖는 차이점과 장점은. 

시스템동바리비계만을 위한 전문교육이라는 점이 다르다.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고 그냥 숙련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자재의 명칭, 종류, 규격, 시공순서 등 기본적인 내용부터 시공과 안전에 관한 각종 노하우, 현장에서 체계적으로 배우기 어려운 관계 법령에 이르기까지 시스템 공정의 베테랑이 되기 위한 공부를 배울 수 있는 전문교육이다.
장점이라면 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간으로 교육이수 여부를 확인하는 시스템을 갖췄다는 점이다. 교육수료 후에 이수증을 발급해 주기는 하지만 매번 갖고 다닐 수 없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여러번의 업데이트를 거쳐 원활하게 작동하는 이수확인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론과 실무가 조화를 이룬 커리큘럼도 장점으로 꼽는다. 전문성을 갖춘 이론과 체험 위주의 실무교육으로 구성된 교육내용과 교재는 이미 관계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시공현장에서도 교육 수료자들의 시공능력과 안전수준이 비수료자들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평가를 받으며 호응을 얻고 있다. 

▲법제화 사업은 독자성과 관련이 깊은데 전문적인 영역이어서 비관계자들이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법제화 사업의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해 준다면.  

우선 시스템동바리비계공정이 원청과 직접 계약을 하는 독립공정으로 법제화돼야 한다. 그래야 하도급, 재하도급되는 불합리한 관행을 일소하고 덤핑 입찰 후에 부실시공하는 문제업체들에 대한 자정작용을 할 수 있다. 또 시스템동바리비계를 강관동바리비계와 독립된 영역으로 인정하는 법제화가 시급하다.
정부에서 요구하는 전문설치와 안전교육을 안받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시스템동바리비계는 강관동바리비계와 크게 다르기 때문에 관련 교육을 받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전문성과 안전성이 담보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기관을 준비하고 있고 고용노동부 지정교육기관 설립 절차도 진행 중이다. 협회에서 시행 중인 전문교육이 법적·제도적으로 인정되는 길을 열고자 한다. 

▲가설구조물 업계와 종사자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혼자 꿈꾸면 꿈으로 끝나지만 함께 꿈꾸면 현실이 된다’는 말이 있다. 협회 회원사들만을 위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시스템동바리비계는 강관동바리비계에 비해 재해 발생률이 4분의 1도 되지 않는 우수한 공정이다. 국가에서 시스템공정으로 전환하는 사업장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현실이 바로 공정의 우수성과 독립 공정의 자격이 충분함을 증명하는 방증일 것이다.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끊임없이 반복하면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는 시스템동바리비계업계 전체를 바로 세우고 정당하게 파이를 키우는 일에 시스템동바리비계협회가 앞장서겠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가설공정의 역할이 제대로 평가받는 분위기에서 원청과 직거래하는 시스템공정 전문회사가 시공을 담당하고 협회의 전문교육을 이수한 전문작업자만이 현장에 투입돼 회원사가 시공하는 모든 가설구조물이 안전하게 시공되는 미래를 그리며 협회를 만들었다. 처음엔 까마득했는데 점점 닿을 수 없을 만큼 멀리 있지는 않다고 느낀다.
안전신문 독자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면 시스템 공정의 전문성과 안전성이 더 높아지고 독자성이 확보돼 더욱 안전한 세상이 도래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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