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석 안전보건공단 서울광역본부 안전보건체계지원부장

2023년도 안전보건분야 가장 큰 화두는 무엇일까. 중대재해처벌법, 중대재해감축 로드맵 및 위험성평가 특화점검으로 연결고리를 가지면서 안전보건분야의 한축으로 자리잡고 있는 위험성평가라고 생각한다.

위험성평가는 사업주가 스스로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고 해당 유해・위험요인의 위험성 수준을 결정해 위험성을 낮추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마련하고 실행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정의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말 정부에서 2026년까지 사고사망만인율(근로자 1만명 당 사고사망자 비율)을 OECD 평균수준인 0.29‱로 감축하는 내용을 담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 로드맵의 가장 핵심이 되는 키워드가 바로 위험성평가다. 위험성평가 제도를 ‘핵심 위험요인’ 발굴·개선과 ‘재발 방지’ 중심으로 운영하고 이를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의무화해 중대재해를 OECD 수준으로 감축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위험성평가제도가 본격적으로 전국 사업장에 도입된 것은 2013년도다. 2010년에 위험성평가제도 시범사업이 시작됐고 그 대상이 필자가 근무하던 인천지역 사업장이었다.

전국에서 최초로 시행되는 사업이어서 효율적인 진행 방법에 대해 갈피를 잡지 못해 우왕좌왕했고 직원 모두가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내용을 확인하던 순간, 인천지사에서 근무할 때 강한 인상을 받았던 한 청소 할머니가 떠올랐다.

누구나 한번쯤은 공중화장실을 사용하면서 화장지가 없어 곤혹스러웠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회사 화장실을 이용하면서 화장지가 떨어진 적이 단 한번도 없어 그 비결이 궁금해 할머니께 질문을 했었다.

“예전부터 궁금했었는데요. 화장실 휴지 관리를 어떻게 하시기에 한번도 화장지가 떨어지지가 않아요? 우리 집에선 화장지가 떨어져 난감했던 적이 많은데요.”

그랬더니 할머니는 웃으면서 “뭐 어려운 일이라고. 화장지가 절반쯤 남으면 화장지 한개를 미리 가져다 놓지.”

삶의 지혜가 담긴 그 답변은 내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바로 이거다. 내가 너무 거창하고 어렵게만 생각했구나. 작은 문제라도 곤혹을 치르지 않으려면 사전에 상황을 예상해보고 미리 대비하면 되는구나.’

그 이후 필자는 위험성평가 때문에 사업장을 방문하거나 교육을 할 때마다 위험성평가 제도를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이 사례를 활용해 설명을 해왔다.

어릴 때 ‘숨은 그림 찾기’를 해본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숨은 그림 찾기는 숨어 있는 그림을 빨리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전부 다 찾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위험성평가도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고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접근하면 부담없을 것 같다.

첫째 모든 근로자가 참여해서 주변의 위험요인을 숨은 그림 찾듯이 찾아내자. 둘째 방치하면 치명적인 손해를 끼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구분해보자. 셋째 구분한 위험요인에 대해 합리적인 개선대책을 수립·시행하자. 넷째 찾아낸 위험요인과 개선대책은 점검하고 교육 등을 통해 공유하자. 마지막으로 이 모든 과정을 주기적으로 끊임없이 반복하자.

화장실의 화장지가 떨어지기 전에 준비하고 모든 근로자들이 참여해서 숨은 그림 찾기 놀이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위험성평가를 시작하고 그 상황을 관리하다 보면 머지 않은 시기에 안전한 사업장이 선물처럼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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