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탁 안전보건 칼럼니스트

필자가 사는 시골집에는 난방과 온수를 만드는 기름보일러가 있고 연료로 사용되는 등유를 저장하는 탱크가 2개 있다. 평상시에는 귀한 줄 모르고 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설비다. 

그런데 이 설비에 기름을 채우려고 하면 약간의 스트레스가 밀려온다. 왜냐하면 기름의 양과 기름의 가격에서 불공정한 사례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해결 방법도 딱히 없으니 또 얼마나 속아야 하는가? 그래서 여기 저기 주유소를 바꿔 보지만 결과는 거의 유사했기에 속만 타고 선택의 여지마저 없으니 자포자기하고 또 속으려고 작정하고 기름을 넣고 있다. 며칠 전에도 기름을 넣었다. 준비성이 많은 아내는 기름 탱크가 바닥을 보이기 전에 기름을 넣으려고 주유차를 부른다. 

나는 주유차가 오기 전에 미리 기름의 높이를 테이프로 표시를 했다. 주유원에게 “기름의 양에 신경을 쓰고 있구나. 덜 속여야지” 하는 생각을 갖도록 하기 위한 나만의 비법이다. 그러나 통하지 않는다. 여기에 더해 이미 탱크의 높이를 측정하기 쉬운 줄자까지 부착해 뛌다. 만반의 준비를 갖춰뒀고 주유차가 와서 기름을 넣었다. 주유차에서 보이는 수치는 481리터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육면체의 부피를 구하는 공식 가로×세로×높이를 배웠기에 생활에 응용해야 한다. 기름통의 내경은 가로 45센티, 세로 75센티고 기름을 넣기 전후의 높이 차는 67센티였다. 그러므로 45×75×67=226리터다. 같은 크기의 기름통이 2개이고 서로 연결돼 있어 높이는 동일하게 나타나므로 모두 452리터인 것이다. 그러니까 29리터의 차이가 났다. 

주유원에게 부피를 정확하게 구하는 공식을 설명하지만 들으려고 하지 않고 주유기가 정확하다는 주장만을 반복했다. 난감하다. 어떻게 할 방법은 없다.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71만원이라고 하는 말을 듣고 주유기를 보니 단가가 1475원으로 표시돼 있다. 아니 단가가 1330원이라고 말하더니…

곧바로 따졌다. 이 부분에서는 입력을 잘못했다고 시인하며 단가를 수정해서 입력하니 64만원으로 바뀌었다. 7만원을 더 받으려고 했던 것이다. 꼼꼼하게 따지는 우리는 그나마 이 정도로 모면을 했지만 옆집 할머니나 다른 이웃들은 속을 수밖에 없다. 양에 속고 단가에 속고… 시골에 산다고, 잘 모른다고, 나이가 들었다고 속이는 경우가 이뿐일까?

주유소에 들어가 차에 기름을 넣는 경우에도 이런 현상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불시로 검사를 하지만 검사를 받을 때만 정량을 입력하지만 평시에도 그럴까 하는 의문은 항시 든다. 시골의 경우 계량 장비를 시골의 어느 집에 갖다 두고 주유 차량을 불러 점검해야 할 것 같다. 검사를 담당하는 부서에다 건의하고 싶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이 속고 있는지 생각하면 끝이 없다.

▲투표를 해서 선출한 정치인이 다른 짓을 한다면 속고 속은 것이다 ▲우리가 낸 세금으로 공사를 하면서 낭비를 하거나 부실공사를 하면 우리는 속은 것이다 ▲물건을 구입하거나 소비생활에서 적정 이윤을 초과해서 비용을 지불했다면 우리는 속은 것이다 ▲부동산을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구입했거나 깡통 전세의 경우 우리는 속은 것이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배신을 당했다면 우리는 속은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우리는 언제나 속고 살고 있다. 죽을 때까지 우리는 속고 살고 있다. 속지 않으려면 죽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안타깝다. 살기가 어렵고 힘들다. 이런 세상을 바꾸는 방법은 없을까?

또 다른 세상 산업현장에도 이런 일은 다반사다. “우리 회사는 안전하게 일할 수 있다”고 말하던 대기업에서 그는 기계에 말려들어 목숨을 잃었다. 일류 기업이기에 “우리 회사의 환경은 깨끗하고 좋다”는 말만 믿고 열심히 일하던 그녀는 직업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는 말처럼 그도 속고 그녀도 속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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