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만 있고 권한 없으면 사고 예방 한계… 건설안전기술인에 작업중지권 줘야”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 개정되고 중대재해처벌법이 새로 제정되면서 건설현장에서의 안전관리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최근 5년간 산업재해 통계를 보면 해마다 459명의 건설근로자가 일터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는 일반 산업의 13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에 안전신문은 건설기술인들의 권리 향상과 복리 증진을 위해 힘쓰고 있는 김만장 한국건설기술인협회 안전관리기술인회 회장을 만나 건설현장 안전 확보를 위해 앞으로 건설기술인협회가 추진할 사업 등에 대해 들어봤다.

“중대법 시행 후 기업 안전투자 증가 등
안전관리에 긍정적 부분도 많아
법 해석상 차이로 논란의 여지 많아
소규모 사업장엔 재정적 부담될 수도”

 

“대기업엔 적극적 안전문화 펼치도록 요청하고
  중소사업장엔 위험성평가 위주로 관리하되
  서류만을 위한 형식적인 위험성평가가 되지 않도록
  협력업체에 위험성 노출 집중된 건설업종의 경우
  쉬운 방식 보급해 근로자들도 참여토록 해야”

▲현재 한국건설기술인협회 안전관리기술인회 제10대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한국건설기술인협회에 대한 소개 부탁드린다.

한국건설기술인협회는 1987년 설립돼 현재 회원수 95만명을 보유한 국내 최대 기관이며 윤영구 협회장을 비롯해 8개 분야 기술인회로 구성돼 있다. 협회장과 각 분야별 기술인회 회장은 회원의 직접 선거로 선출되며 임기는 3년이다.

주요 사업은 정부 위탁업무인 회원의 경력관리업무다. 그러다보니 회원의 권익증진에 도움이 되는 제도 개선, 위상 제고, 역량 강화 및 복리 증진에 대한 서비스의 제공이 미흡한 실정이다.

따라서 올해도 협회 차원에서 ‘건설기술인 미래발전 비전 2030’ 로드맵을 발표해 외부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건설기술인의 이익과 권리를 위한 제도 개선을 6대 전략 중 첫째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선거 기간 중 4가지 공약을 제시했었는데 취임한 지 1년이 넘은 시점에서 어떤 성과가 있었나. 

솔직히 공약 성과에 대한 내용은 부끄러운 성적이다. 지난 한해는 안전관리기술인 카페 개설과 홈페이지 개선, 현장의 안전사고 책임에 대한 검찰의 안전관리자 기소 의견으로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재판부에 탄원서 제출, 지자체 건설기술직 공무원 무료 안전교육,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에 대한 의견 제출, 그리고 협회 내의 루틴업무 등으로 마무리를 한 것 같다.

저의 공약은 용어변경과 안전관리자의 안전을 위한 법적 업무만을 수행하는 환경조성, 안전사고 발생시 안전관리자가 기소되지 않을 권리 확보, 그리고 안전관리자의 지위 향상이었다. 특히 가장 시급하게 개선돼야 할 공약이기도 한 안전관리자 법적 기소는 여러분들의 연명을 받아 탄원서를 제출했음에도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에 대한 절망이 무엇보다 크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책임과 처벌에만 급급하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건설근로자 사망자수는 일반 산업보다 13배나 높은 실정이다. 중대법의 효과를 높이면서도 산재를 줄이기 위해서는 법이 어떻게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건설업계는 큰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기업내 새로운 CSO 조직이 편성되는 등 인사조직의 변화나 기업의 안전투자 증가 등 안전관리에 긍정적인 부분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지켜야 할 법정 내용들이 정성적인 부분들이 많고 해석상의 차이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이 법 위반시 전문 법조인의 역할이 요구되며 소규모의 기업에게는 재정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했고 올 1월에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TF’를 발족해 시행령 등 법적 명확화를 포함한 종합적인 개선방안을 진행하고 있다.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의 내용을 보면 ‘참여와 협력을 통한 안전문화 확산’, ‘위험성평가 중심의 자기규율 예방체계 확립’이 4대 전략에 포함돼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한 정책이라고 판단되는데 정책을 적용함에 있어서는 실효성이 요구된다. 건설기업의 규모에 따라서 적용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규모가 작은 조직으로는 체계적인 안전문화 보급 등을 아무리 강조해도 물리적으로 어려울 수가 있다.

따라서 규모나 능력의 차이가 심하기 때문에 똑같은 잣대로 요구해서는 그 효과가 미비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즉 비교적 규모가 큰 건설회사에는 적극적인 안전문화 지원 요청이 필요하고 반대로 규모가 작은 건설공사는 위험성평가 위주로 관리를 하되 특히 건설업에서 거의 모든 위험성은 협력업체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위험성평가 방식은 적용하기 쉬운 방법으로 보급해 근로자도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

지금처럼 절차와 진행방식이 복잡하면 재해 예방을 위한 위험성평가가 아닌 서류만을 위한 형식적인 위험성평가가 될 수 있다.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해 안전기술인의 권한이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안전기술인의 권한이 어디까지 확대돼야 한다고 보나.

최근에 건설현장에서 발생된 사고에 대한 책임을 안전관리자에게 적용해 법정 기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안전관리자의 선임 조건과 자격, 그리고 그 업무에 대한 내용은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정해져 있는데 그 주어진 업무는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보좌하고 관리감독자에 대한 지도·조언이다. 위험작업이 진행되더라도 작업을 중지시킬 법적인 권한은 없다. 책임을 강조하고 권한이 없는 상태에서는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안전기술인에게 책임에 상응한 권한이 부여돼야 한다. 

▲건설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고의 원인 분석과 개선방안 마련 등의 대처 과정에서 안전관리기술인회가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건설업에서의 안전관리자의 선임은 산업안전보건법으로 규정돼 있으나 그분들의 경력에 대한 관리는 건설기술진흥법에 의해 건설기술인협회에서 관리하고 있다. 
앞서 건설기술인협회 소개에서 언급했듯이 건설기술인협회의 주요 업무는 건설기술인의 경력관리다.

8개 분야 각 기술인회에서 각각 분야별 기술인을 위한 제도 개선이나 복리증진 등의 성과를 이루기에는 상당한 물리적 어려움이 있다. 역설적으로 어떤 성과를 이루기 위한 쉬운 일은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남은 회장 임기 동안은 어디에 역점을 두고 안전관리기술인회를 이끌 것인가.

제가 제시한 공약들을 임기 내 완성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를 수도 있다. 그러나 꼭 개선돼야 될 우리의 숙제다.

현재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내용들을 공론화시켜서 처우 개선에 힘쓸 것이다. 그간 표어로만 인식되던 ‘안전제일’이 이제는 수천억에서 조단위까지 실제 비용 투자로 이어지는 진짜 안전제일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그 일을 일선에서 수행하는 안전관리자에 대한 인식은 크게 변하지 않고 잘못된 부분도 상당해서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현장 안전관련 정책들은 포화상태라고 보일 정도로 많다. 새로운 정책을 제안하기보다 현장 상황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 현실을 알리고 사고 발생시 안전관리자에게 적용되고 있는 법적 기소 등 불합리하게 진행되는 부분들을 포럼이나 세미나를 통해 이슈화시켜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처우 개선에 집중하려고 한다. 

▲끝으로 안전한 현장을 위해 힘쓰고 있는 안전기술인 및 현장 작업자들을 위해 한 말씀 부탁드린다.

안전이란 단어만 나오면 내용에 상관없이 안전관리자의 업무로만 취급되는 현 상황에서 우리 안전기술인들의 피로는 극에 달한 상황이다. 더구나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으로 가중되는 서류 정리뿐 아니라 사고 발생의 책임으로 법정 기소까지 늘어나는 상황에서 우리 건설안전인들의 심리적 부담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사고 예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건설안전기술인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향후에도 자부심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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