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준 대한언론인회 부회장‧시인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안전사고’라는 말이 끊임없이 회자된다.

왜 그럴까? 안전사고는 다양한 현장에서 평소 안전관련 교육의 미비 또는 부주의로 일어나는 사고를 일컫는다. 넓은 네거리 신호등에서 파란불이 깜빡거리는데도 뛰어들거나 우회전 도로에서는 일단 멈춰야 하는 교통법규를 무시하는 운전자, 스쿨존에서도 규정 속도를 무시하고 달리는 차량 등 안전사고 유발위험사례들은 도처에 널려 있다. 

헬멧을 쓰지 않고 자전거나 보드를 퀵보드를 타는 사람, 차량 사이를 곡예하듯 빠른 속도로 빠져 나가는 배달 오토바이도 안전사고 유발 위험성을 안고 달린다. 안전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했거나 ‘빨리빨리’ 타성에 젖은 습관성 또는 긴장 해이에서 오는 병리현상인지도 모른다.
안전사고의 최대 요인은 안전지식에 대한 무지와 안전의식의 결여, 안전수칙을 습득하지 않거나 지키지 않는 나태 등 여러가지다. 모두가 안전사고 불감증에서 빚어진다. 

‘안전사고(安全事故)’라고 하는데 안전한데 왜 사고가 발생하는가.

이에 대한 사전적 해석을 둘러싸고 어색하다는 말이 오래 전부터 제기됐다. 국립국어원의 질문 게시판인 ‘온라인 가나다’에도 가끔 등장한다.

안전사고는 생명과 재산 모두에 적용되기 때문이다. 안전과 사고는 대치되는 개념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안전사고라는 말에는 ‘안전수칙 위반사고’라는 의미가 함축돼 있고 광의적으로 ‘안전에 관련된 사고’라는 개연성이 있어 안전사고라는 단어 자체에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이 사회적 함의이자 관행이다.

비슷한 사례로 ‘안전불감증’도 ‘위험불감증’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안전불감증은 안전사고나 안전수칙에 대한 주의 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안전과 관련된 각종 규정 등을 무시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큰 재난을 당하는 사건이다.
대형의 안전사고는 국가 사회적인 대재앙과 국민 불안을 초래한다. 안전사고는 부지불식간에 일어나는 것 같지만 그 이면에는 상당한 위험요소가 내재돼 있다.

1990년대의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에 이어 지난해 10월의 이태원 압사사고 등이 그 사례다. 

정부가 안전관련 법령을 강화하고 있지만 안전사고와 안전불감증의 인식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상대적으로 커졌다. 그만큼 안전문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대형사고는 일상에서 늘 해온 일이라며 대충대충하다가 당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당장 몸에 문제가 생기지 않아 가볍게 여겨 과음, 폭식, 흡연 등을 계속하는 일이 그렇고 음주운전도 습관성이다. 한두잔은 괜찮다고 가볍게 여기는 습성 때문에 빚어지는 안전불감증의 대표적 사례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일상이 많이 바뀌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에 대해 내렸던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3년4개월만에 해제했지만 경계심은 여전하다. 신종 또는 변종 바이러스에 대한 안전불감증 때문이다.

안전사고나 안전불감증은 무지에서 오는 사고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안전수칙 생활화가 방지의 열쇠임을 자각해야 한다. ‘빨리빨리’나 ‘대충대충’ 인식이 안전사고의 주범임을 직시해야 한다. 평소 안전규칙을 지키는 것이 안전제일의 바탕이며 철저한 유비무환이 대재앙을 방지할 수 있는 원천이다. 대사건이 터진 뒤의 수습은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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