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수많은 기업의 본사나 공장 정문 앞 국기 게양대에 태극기, 회사기와 함께 나란히 게양돼 있던 무재해기가 어느 순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산업현장의 안전을 국가, 회사와 동일선상에서 중요하게 생각하고 실천한다는 상징으로 인정받았던 무재해 깃발의 감소는 국내 사업장 안전문화의 퇴보로 이어지고 있다.

무재해기가 한창 펄럭이던 때 국내 사업장에서는 크고 작은 산업재해가 발생했지만 해마다 의미있는 산업재해 감소세가 이어졌다.

산업재해 통계뿐 아니라 현장의 안전의식도 무재해기 게양으로 대표되는 무재해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조금씩 개선돼 이제는 건설현장에서 안전모를 쓰지 않는 근로자를 찾아보기 힘든 수준까지 높아졌다.

이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산업현장의 안전 확보라는 막연한 목표를 무재해라는 보다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다양한 무재해운동을 통해 실천하며 무재해기 게양이라는 상징으로 승화시키는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현재는 어떠한가? 한때 산업현장에 붐처럼 확산되던 무재해운동 정신은 4차 산업혁명과 AI, 빅데이터로 대변되는 지금 어디로 사라졌는지 찾을 수 없어 안타까울 뿐이다.

산업현장의 사고사망재해 소식은 거의 매일 이어지고 있고 현장에서 느끼는 안전체감도는 향상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안전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다행스럽게도 윤석열 정부는 이같은 문제를 체감, 지난해말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하고 올들어 다시 한번 안전문화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킨다는 방침과 함께 안전문화 실천추진단을 전국적으로 발족하는 등 안전문화 확산을 올해 산업안전정책의 핵심으로 설정했다.

창간 34년을 맞은 안전신문은 이러한 정부의 정책에 발맞춰 안전문화 확산을 위한 아이디어를 하나 제안한다. 바로 제2의 무재해깃발 게양 운동을 전개하자는 것이다.

과거 뜨겁던 무재해 확산 열기를 오늘로 계승해 모든 산업현장에 전파시키기 위해서는 안전의 상징인 무재해기 게양 운동이 절실하다. 특히 지난해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있어 공공기관이나 지자체, 일반 사업장에서도 무재해기 게양을 더욱 확대해 나가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공원묘역 중 우리나라 최초로 무재해기를 게양하고 있는 경춘공원묘원의 사례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또 모든 근로자들이 잘 보이는 곳에 무재해기를 게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건에 따라서는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거나 한발 더 나아가 깃발이나 기 형식이 아니라 MZ세대들도 적극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상징 활용도 생각해 볼만하다.

최근 10년간 산업현장의 재해, 특히 사고사망재해는 우리가 기대한 만큼 줄지 않고 있다. 아마도 우리 사회 저변의 안전 토대를 탄탄하게 하는 안전문화 전파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안전신문은 창간 34년을 맞아 안전의 상징인 무재해기 게양 운동을 새로운 안전문화 확산의 계기로 삼자고 강력히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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