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미경 안전보건공단 충북북부지사장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최대 관심사는 자녀가 스스로 공부를 알아서 잘하고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일 것이다. 이런 관심사를 반영한 학습지 광고를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스스로 알아서 잘하는 메타인지(metacognitive) 학습법’을 전면에 내세운 광고가 그 중 하나다.

메타인지란 용어는 1970년대 발달심리학자인 존 플라벨(J. H. Flavell)에 의해 만들어진 용어로 ‘자신의 생각에 대해 판단하는 능력’을 말한다. 즉 내가 생각하는 과정을 한발 물러나서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다. 따라서 이 능력이 발달하면 자기 조절이 가능해지고 공부를 잘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인 자기주도 학습능력이 키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메타인지 학습법이 학부모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익숙지 않은 메타인지 학습법은 처음에 학생들이 받아들이기에 낯설고 많이 힘들어 한다. 하지만 반복해서 연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메타인지에 접근할 수 있고 스스로 정리하고 모르는 것을 찾아보며 알아가면서 공부에 자신감이 생긴다고 한다.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메타인지 학습법은 당장의 성적보다 장기적으로 공부체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산업현장도 마찬가지다. 사업주나 근로자가 자신들이 일하는 현장의 위험요인을 스스로 알아서 찾아내고 개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행동들을 반복하다 보면 사업장 스스로 위험을 예방할 수 있다. 이 제도가 위험성평가다. 

위험성평가는 노·사가 함께 사업장내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고 해당 유해·위험요인에 의한 부상 또는 질병의 발생 가능성(빈도)과 중대성(강도)을 추정·결정하고 감소대책을 수립해 실행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따라서 위험성평가는 사고의 미연 방지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며 체계적으로 문서화하고 계속적으로 수정·보완해 피드백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지난해 정부에서 발표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에서도 그간 규제와 처벌 중심에서 ‘자기규율 예방체계 및 엄중 책임’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핵심수단으로 위험성평가를 제시하고 있다. 

영국, 독일 등 선진국은 위험성평가를 기반으로 자기규율 예방체계를 구축해 사고사망만인율을 획기적으로 감축한 성공적 사례가 있는 바 이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위험성평가가 익숙지 않아 실천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하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에 고용부와 안전보건공단에서는 사업장에서 위험성평가를 실시하는데 기술적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50인 미만 사업장에 무료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위험성평가 컨설팅을 희망하는 사업장에서는 온라인으로 공단의 위험성평가 지원시스템에서 신청하면 공단 직원이 직접 방문해 컨설팅을 해준다. 컨설팅 후 위험성평가 인정을 받으면 산재보험요율 20% 인하(50명 미만 제조업, 임업, 위생 및 유사서비스업, 하수도업), 기술보증기금 보증요율 감면, 무역보험공사 보증료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뛰어난 메타인지능력을 갖고 있는 학습자는 스스로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판단해서 필요한 곳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함으로써 학습의 효율을 더욱 높인다. 학교에서 메타인지 학습법이 학생들의 성적을 올려 주듯 산업현장에서 위험성평가를 통해 현장 특성에 맞는 위험을 정확히 파악하고 근로자의 안전을 위해 효율적인 투자를 한다면 이는 곧 기업의 생산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자기규율 예방체계 확립을 위한 지름길일 것이다.

산업현장의 자기규율 예방체계 구축 문화가 널리 확산된다면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에서 정한 “2026년까지 산업안전 선진국으로 도약”이라는 목표를 더 빨리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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