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탁 전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교육원 교수

약 17년 전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을 때 마스크 착용이 중요한 과제였으나 작업현장에서는 여러가지 이유로 소홀하게 취급되고 있었다.

작업환경 개선은 더디게 이뤄지고 작업자들의 작업환경과 관련된 이해도는 낮고 작업자는 불편함만을 호소하면서 마스크 착용을 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 당시 기록해둔 칼럼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 있다.

‘다른 사람이 보지 않을 때 하는 행동들이 그 사람의 참모습이라 할 수 있다. 만인이 주시하는 가운데에서도 잘하지 않는 올바른 행동을 혼자 있을 때 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평소에 어떻게 해왔느냐를 알고 이에 대한 문제점을 파악한 뒤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나 그렇지 못한 현실이 있기에 안타깝다.

근로자 건강 및 작업환경에 관련된 지도업무를 수행키 전에 미리 당해 사업장에 그 내용을 통보하고 어느날 몇시쯤 방문할 예정이라는 전화도 하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이는 다음과 같은 몇가지 이유가 포함돼 있다.

즉 시행되는 정책을 알려주는 공공기관의 의무사항도 될 수 있고 사전에 필요한 준비를 갖추게 하며 또 당일 업무 수행을 신속·정확하게 하고자 함에 있다. 그러나 평소에는 하지도 않던 점검일지 등을 새로이 작성한다거나 서류들을 급조해 만들어 놓기도 하고 때로는 실제와는 거리가 먼 형식적인 교육일지를 제시하기도 한다.

D회사를 방문했을 때 많은 근로자들이 하나 같이 방진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참으로 철두철미하게 관리가 이뤄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잠깐 만에 사라져버렸다. 착용하고 있는 마스크가 모두 새것일 뿐만 아니라 착용하고 있는 모습이 엉성하고 정해진 착용 방법을 모르는 근로자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었다.

방진마스크는 작업장에서 발생하는 분진들이 많은 공기를 호흡할 때 코로 들어가는 공기 중에서 분진을 필터로 제거해 맑은 공기만을 마시고자하는 기능을 갖춘 인체 보호장구다. 그러므로 근로자들이 호흡하는 공기는 반드시 방진마스크 필터를 통해 들어오게 해야 한다.

만일 방진마스크를 얼굴에 밀착시키지 않으면 방진마스크와 얼굴 사이의 틈새로 공기가 들어오게 돼 분진을 함유한 공기를 그대로 호흡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착용 방법을 준수하지 않으면 착용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물론 분진이 발생하더라도 적절한 환기설비를 설치해 근로자가 방진마스크를 사용하지 않아도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작업 성질상 환기설비의 설치가 불가능하거나 환기효율이 낮을 때 혹은 순간적인 분진작업일 경우에 한해 방진마스크를 사용해야 한다.

방진마스크를 착용하면 호흡이 다소 불편한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분진을 제거하느라 촘촘하게 제작된 필터를 거쳐 오는 공기의 압력 손실 때문이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건강을 위해 착용을 습관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사용방법이다. 너무 오래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청결하게 관리해야 한다. 안전보건공단의 검정을 필한 제품을 제대로 착용하는 경우에는 다량의 분진 발생 작업시에도 우리는 건강을 100% 보장받을 수 있음을 명심하자.’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마스크는 생활필수품이 됐다. 초창기에 마스크의 수급 상황이 여의치 않아 혼란을 일으킨 바 마스크를 사려는 행렬이 약국 앞에 길게 늘어서고 사재기를 하는 부작용이 일어나고 불량품을 양산해서 유통시키는 얌체족도 생겼다.

이제는 마스크를 생산하는 업체들도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각 가정에서는 마스크 박스가 선반에 자리해 쉽게 꺼낼 수 있도록 해 거의 일상 품목으로 자리잡았다.
마찬가지로 사업장 근로자들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일상화·습관화됐으니 이는 코로나가  만든 가장 좋은 습관, 최대의 효과를 거양하는 부문으로 자리잡았다.

지난달 30일부터 마스크 착용이 대폭 완화됐지만 마스크를 쉽게 벗어 던지지 못할 정도로 이미 마스크 착용은 습관화됐다. 겨울철이라 찬바람을 막는 보호구로 생각하거나 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로도 거리를 활보하는 편리함 때문에 당분간 마스크는 우리 곁에서 머물 것이다.

이런 현상이 작업현장에서는 끊어지지 않고 계속됐으면 좋겠다. 아무래도 생산현장에는 분진이나 유해 가스 등이 공기 중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한 작업성 질환을 예방하려면 방진·방독마스크 착용이 우선돼야 한다. 산업현장에서는 기왕 만들어진 마스크 착용 습관이 사라지지 않고 정착되기를 바란다.

산업재해 없는 세상, 직업병 없는 세상을 만들려면 마스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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