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 안전이 아닌 노·사 자율 참여에 의한 안전문화 뿌리내려야”

2022년은 유난히 안전과 관련된 키워드가 많은 한해였다.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산재사고를 줄이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한 원년이면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나서는 안될 이태원 참사도 발생했다. 크고 작은 안전사고의 수습 현장에는 항상 이 단체가 함께 했다. 1996년 창립 이래 지금까지 시민의 ‘안전동행 파트너’가 돼 온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안전신문은 강호인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를 만나 지난해 화두가 됐던 사건에 대한 견해와 평가, 그리고 2023년 새해 역점 추진할 사업 등에 대해 들어봤다.

"안전은 실천하고 행동해야
말로만 외친다고 안전한 사회 되지 않아
우리 삶의 소중한 안전 지키기 위해
철저한 안전교육·규칙 준수 등
안전문화 일상화된 사회 만들어야"

 

“노·사가 상생 협력하면서
사업장 내 위험·유해요인 찾아
제거하는 것이 사고 예방의 핵심

 

기업은 안전을 비용이 아닌
국민안전을 위한 투자로 인식해야”

▲2022년도가 마무리 됐다. 지난해 안실련이 추진한 활동은 무엇이며 이에 대한 대표의 평가는.

지난해는 안실련 창립 26주년이 되는 해였다. 그동안 전국의 안실련 조직은 ‘시민의 힘으로 안전한 사회를 만든다’는 일념으로 척박한 우리 사회 저변의 안전문화 확산을 위해 쉬지 않고 뛰어왔다. 그 결과 행안부 주관 2022년도 안전문화대상 시상식에서 안실련이 산재 저감을 위한 노력과 생명존중 자살예방 캠페인 전개, 취약계층 맞춤형 교통안전교육, 안전관련 제도 개선과 연대활동, 대국민 홍보 등 우리 사회 안전문화 확산에 기여한 공적을 인정받아 대통령 기관 표창을 받았다. 
지난해 활동을 보면 먼저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중대법 시행 착오를 막고자 노동계, 경영계, 학계와 공동으로 7·10월 두차례에 걸쳐 전문가 토론을 통해 나온 의견을 고용부, 국회 등 관련 기관에 통보해 개선을 촉구하는 한편 안실련 유튜브 안심tv를 통해 중처법 해설 등 46편의 관련 영상을 제작해 올린 바 있다. 
시민단체가 정부의 지속적인 재정지원 없이 지난 26년간 꾸준히 활동해 오고 있는 것은 뜻있는 기업의 사회공헌 지원과 전국에서 활동 중인 2만여 안실련 회원들의 열정과 봉사, 상호 연대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간의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와 혁신, 미래비전 제시로 각종 안전 이슈를 선도하고 다양한 해법과 대안을 제시하는 역량 있는 시민단체로 변화해 국민의 사랑을 받는 안전시민단체로 성장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해 발생한 이태원 참사는 국민 모두에게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안실련에서도 사고가 아닌 사건으로 규정하고 즉각 수사해야 한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앞으로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어떤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이태원 참사는 21세기 선진화된 우리나라에서 일어나서는 안될 후진적인 안전사고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재난관리 4단계인 예방, 대비, 대응, 복구 중 예방과 사전대비가 부실해 발생한 참사라고 생각한다. 축제 안전관리 1차 책임 기관인 용산구와 서울시의 사전대비 소홀, 혼잡인파를 통제할 경찰의 예방 조치 미흡과 늑장 대응, 야간 취약시간 지휘시스템 작동 미흡 등 많은 문제를 노출했다.

정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뼈를 깎는 각오로 향후 유사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원인조사를 거쳐 체계적인 다중인파관리시스템을 정비해야 하며 아울러 축제 안전관리뿐 아니라 지하철·철도·항만·위험물 저장소, 공동구, 국가기반시설 등 우리 사회의 위험·유해요인을 찾아 체계적으로 개선함으로써 추락한 국민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중대법에 대한 각계의 의견이 분분한데 안실련의 입장과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과 관련해 안실련의 활동 계획은?

우리나라 중대재해 발생수준은 OECD 38개 회원국 중 34위 수준으로 매우 낮다. 새 정부에서는 현재 인구 10만명당 4.3명 수준인 중대 재해를 5년 내 OECD 평균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지난해 5월에 제시하고 11월에는 ‘중대재해감축 로드맵’을 다시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오는 27일은 중대법 시행 1주년이지만 다른 선진국에 비해 제조업과 건설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산업현장의 사망사고는 줄지 않고 되레 늘고 있어 과연 처벌 강화가 안전사고를 줄이는 최선인지에 대해 사회적 논란이 있다. 중대법 시행으로 대기업 사업장에서는 안전시스템 개편 전문안전 CEO 영입 등 안전조직 보강, 외부 안전진단 컨설팅 등 나름대로 대비하고 있으나 전체 기업의 80.9%를 차지하고 있는 종업원 50인 미만 영세 기업은 중대법 대비에 손을 놓고 있고 일부에서는 재해 예방보다 ‘최고경영자가 감옥 가지 않는 방법부터 배웠다’는 부정적 인식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노·사가 상생 협력하면서 사업장 내 위험·유해요인을 찾아 제거하는 것이 사고 예방의 핵심이다. 기업은 사고 방지를 위해 쓰이는 돈과 시간이 더 이상 비용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함을 인식해 더욱 노력해야 하고 정부 스스로도 각종 계약이나 하도급제도, 노사관행에 있어 안전을 위협하는 구조적 요인을 찾아내 이를 개선해 나가는 제도적 노력이 필요하다.

안실련에서는 이달 한국안전학회, 한국노총, 경총과 함께 중대법 시행 1년 성과와 반성,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한 공동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산재 예방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 또 복잡한 규제의 틀 속에서 책상 위의 서류상 죽은 안전이 아닌 노·사 자율에 의한 참여 안전문화가 작업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범국가적 안전캠페인에 시민사회 차원의 참여와 실천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안실련은 국민안전의식 고취, 안전문화 확산 등 안전여론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국민안전을 위해 최근 가장 시급히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활동은 무엇인지?

부끄럽게도 자살률 세계 1위, 산업재해와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조금씩 줄고 있으나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우리 국민 모두의 소망은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도록 우리나라 재난안전관리에 대한 패러다임 대전환이 필요하다. 어느 정부나 안전을 확보키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으나 정책이 현장서 제대로 작동키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공공영역과 민간영역에서 모두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생활 속 작은 안전 실천 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의 안전교육과 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활 주변 안전 위해요소 신고, 안전교육을 통한 안전 행동 습관화, 운전할 때 안전띠 매기, 안전모 착용하기, 불법주정차 근절 등 생활 속 작은 안전 실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하여 국민의 힘으로 대한민국 안전 DNA를 확 바꿀 수 있도록 우리 함께 힘을 모아 나가야 하겠다.

▲2023년에는 어떤 방향으로 운영해 나갈 것인지.

2023년은 안실련 창립 27주년이 되는 해로서 그간에 안실련이 해왔던 안전사고 저감과 안전문화 확산을 위한 참여와 연대, 공감과 확산, 감시와 실천 등 다양한 안전사고 예방 노력을 강화하고 어린이보호구역 관리실태조사, 이륜차 사고 예방을 위한 제도개선 등 생활 주변의 작은 안전문제 해결에 역량을 집중해 나갈 계획이다. 또 아직도 인명피해가 큰 교통안전, 자살예방, 산업재해 예방, 생활안전에 역점을 두면서 주요 기업과의 ESG 경영 상생 협업을 통해 기업의 사회공헌활동과 연계한 국민공감 안전동행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교통안전공단과 취약계층 맞춤형 교통안전교육을 확대하고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와 교통안전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인천에 위치한 유엔재해위험경감 동북아사무소와 도서, 벽지 등 취약지역 거주 어린이를 대상으로 재난안전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활동을 활발히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끝으로 국민들, 그리고 관련 부처 및 관계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안전은 실천이고 행동이다. 말로만 안전을 외친다고 우리가 바라는 안전한 사회가 오지 않는다. 내 삶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철저한 안전교육, 안전 규정의 준수 등 안전문화가 일상화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국가가 헌법에 정해진 국민의 안전을 지켜주기 위해서는 말이나 구호가 아닌 적정 예산 투입과 세밀한 안전 관련 제도 마련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힘을 모아나가야 할 것이다. 또 어렵고 힘든 환경에서 국민안전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고 있는 경찰, 소방, 방재 공무원 등 재난안전분야 근무자들이 자부심 속에 근무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격려할 필요가 있다. 우리 모두 함께하는 안전문화가 사회 곳곳에 강물처럼 흘러넘치는 그 날이 올 때까지 안실련도 작은 힘이나마 보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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