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동룡 (주)경신산업안전 부장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올 1월 27일부터 도입됐다.

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 및 보건확보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주소는 노동계와 중소기업계 모두 중대재해처벌법의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50인 미만 사업장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위한 기반을 마련키 위해서는 물적·시스템적으로 정부의 지원책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고용노동부의 ‘2022년 6월말 산업재해 발생 현황’에 따르면 제조업 분야의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망자수는 93명 중 49명으로 53%를 차지했다. 건설·제조업을 제외한 모든 업종을 다루는 50인 미만의 기타업종 사업장에서는 전체 사망자수(69명)의 71%를 차지하는 4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더 큰 문제는 기본 안전수칙 준수로 예방 가능한 추락이나 끼임 등 재래식 재해가 전체 사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재발 사고 중 첫 사망사고 발생 후 1년 이내 발생한 경우도 38%에 달한다.

오는 2024년이면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전면 도입되는데 중대재해처벌법의 확대 시행을 앞두고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중대재해처벌법 전면 도입에 있어 중소기업의 중대재해처벌법 이해도 부족,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위한 인적·재정적 능력 부족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감축을 골자로 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번 로드맵은 정부 규제보다 기업의 자율 예방에 무게를 두고 정책 방향을 완전히 바꿨다. 정부가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감축을 위해 현재의 처벌 위주의 규제에서 벗어나 사전 예방과 노사의 자기 규율 방식으로 예방 체계를 전환키로 한 것이다.

영국과 독일 등 선진국도 1970년대 이후 이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 성과를 거뒀다는 설명이다. 

선진국은 노·사가 함께 사업장 내 위험요인을 파악해 개선대책을 만들고 이행하는 ‘위험성 평가’ 제도를 중심으로 자기 규율 예방체계를 확립했고 사망사고 만인율이 5년만에 30% 줄었다.

고용노동부는 “위험성평가는 자기 규율 예방 체계의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 수단”이라며 위험성평가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 산업안전감독과 법령도 전면 정비한다고 한다.

내년 중 상시 근로자수 300인 이상 기업에 적용하고 2025년까지 5인 이상 기업이면 전부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자율규율 예방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사업주와 관리자, 근로자가 각자의 역할에 맞는 책임과 의무를 이행토록 안전보건 참여를 대폭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유예기간을 거쳐 전면 도입이 필요하지만 현주소에서 우리의 준비 자세는 어떠한가?

이번 로드맵이 위험성평가가 강력한 처벌을 피하기 위한 또 다른 대안이 아니라 “우리 현실에 맞는 가장 효과적인 중대재해 감축 전략”이며 “확신을 갖고 흔들림 없이 추진하면 안전수준이 획기적으로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말이 지켜지려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문화 구축, 정부의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의 체계적 지원,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지원체계 구축, 마지막으로 이 법을 집행하는 사법부,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감독하는 행정부, 그리고 사업주와 일터 노동자 모두 안전보건 확보에 진정성을 갖고 제대로 보완하고 실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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