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이라는 ‘극약 처방’에도 좀처럼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지 않는 산업재해 문제. 특히 멀리는 산업화 이후부터 대두돼왔던 기본적인 안전조치가 펼쳐지질 않아 발생하는 추락사고 등 ‘후진국형 재해’가 줄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오랜 기간 안전전문 준정부기관에서 추락 예방조치 수립·전파 등으로 잔뼈가 굵은 ‘산업안전 전문인사’ 김동춘 교수를 본지가 만났다. 전세계에서의 대한민국 체급에 맞게 그간 줄기차게 시행됐던 정부 주도의 산재예방정책에서 탈피해 역량 있는 기업의 자율 예방책으로 가야 한다는 김동춘 교수. 이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이기도 하다. 그의 얘기에 더 귀가 기울여진다.

“산재 줄이려면 처벌보다 수요자 중심의 관련 제도 정비가 먼저다”

 

"안전보건체계가 잘 구축된 대기업은
정부의 규제 최소화해 자율성 존중하고
중소업체는 안전전문가 등을 배치해
안전 정착되도록 지원 아끼지 말아야"


“처벌 위주의 중대재해처벌법
 현실에 맞게 개정·보완 시급

건설현장 추락재해 막으려면
스마트 안전기법 도입해야”

▲건설현장 전문가, 산재예방 준정부기관인으로 발자취를 남겼다. 그간 펼친 재해예방 활동에서 본인이 가장 큰 기여를 한 부분이 있다면.

재해예방분야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시스템 비계를 전국에 보급한 것이다. 시스템 비계를 전국에 최초로 보급하는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은 10년 전 국고보조금 20억원으로 시작됐다.

과거에는 외줄 및 쌍줄 비계 등에서 추락사고가 무척 많이 발생했으나 시스템 비계 도입 후 정량적으로 계상은 안되지만 과거 재해통계 등을 분석해 볼 때 우리 산업현장에서 최소 50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살린 것으로 본다. 시스템 비계는 작업발판뿐 아니라 동해에서 오징어 건조하는 곳에도 아주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다음으로는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사업에 울산 우정지구내 안전보건공단 이전 부지와 기관 청사 건립에 공단 대표로 참여해 부지 규모와 시설물 배치 등 이전사업을 주도한 것이 큰 보람으로 생각된다.

이외에도 건설업 기초 안전보건교육 법제화, 건설안전 지킴이 도입 및 타분야 전파 기틀 마련, 위험성평가 제도 법제화, 건설업 환산재해율 도입 및 관리, PQ신인도에 업체 재해예방 노력 반영, 우리나라 최초로 산안법에 가설공사 법제화, 전국 광역 및 기초 지자체에 건설재해율 지표 반영 및 정부 교부금 반영, 스쿠타 발대식으로 소규모 건설현장 재해예방 접근 마련, 근로자건강센터 확대 보급 등 재해예방사업 등에 참여해 왔다.

▲대기업 건설현장은 안전시스템이나 체계가 잘 잡혀있는 반면 소규모 건설현장은 인프라가 부족해 자율로 맡기기엔 무리가 있다는 시각이다. 공공에서는 이를 어떻게 도와야 하나.

대기업 건설업체 본사와 현장에는 정부의 규제와 관여는 최소한으로 줄이고 자율체제로 전환함이 선진국의 모습이고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

중소규모 건설업체에 대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규제보다는 적극적으로 안전보건체계 구축을 위한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이로써 산업재해 감소가 가시화되고 참다운 선진국 진입이 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일정 규모 이하 업체에 대해서는 안전보건체계 구축을 위해 안전전문가를 해당 업체에 전담 배치하는 등 정부의 관심과 안전전문가를 지원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수적이다.

▲영국 HSE(영국 보건안전청)에서 연수를 받은 것으로 들었다. 산업안전 선진국으로 평가받는 곳에서 특히나 배울 점은 뭔가.

영국 HSE 연수는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제도 및 재해 예방을 위한 근원적 대안 마련을 위해 가게 됐다.

영국 건설업종의 기성 및 발주 금액은 우리와 비슷한 규모였으나 건설산업의 형태, 규모 등은 큰 차이를 보인다. 각 단위 사업장별로 안전보건체계 구축과 관리·운영 등 선진 안전제도 등을 벤치 마킹해 우리의 건설산업에 접목할 부분을 보고 느꼈다.

특히 영국은 소규모 사업장에도 내·외부 사고 발생이 가능한 곳에는 철저하게 안전시설을 설치하고 안전시설 설치 실명제가 돋보였으며 그 대표적인 것이 외부 시스템 비계였다. 이때 우리나라에 시스템 비계가 도입돼 전국에 확산됐다.   

▲추락재해만 막으면 건설재해를 크게 줄인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장비나 시설 측면에서 어떤 부분을 가장 신경써야 하나. 

10개 대업종 중 건설업 단일 업종에서 사망재해가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고 그 중에서도 추락으로 인한 재해사망이 2021년말 통계 기준 42.4%를 점유하고 있다. 재래형 재해인 추락재해는 새로운 환경 변화와 건설 규모, 형태, 공법 등의 발달로 더욱 다양한 형태로 발생되고 있다.

이제는 기존 안전관리기법의 변화를 모색할 시기이며 IT를 접목한 스마트 안전관리기법을 도입해 모든 건설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건설장비며 안전시설에 적극적인 적용이 필요하다. 

▲산재예방정책이 관 주도에서 자율예방으로 바뀌려 한다. 자율예방의 장점은 뭔가. 

산재예방정책이 관 주도에서 자율 예방으로 바뀌었다고 하는데 동의할 수 없다. 우리의 안전산업은 제도며 안전관리기법 등을 전반적으로 볼 때 선진 산업안전이라고 생각되지만 안전관련 정책과 관 주도형인 공급자 중심의 법과 제도 등이 폭주하고 있고 사업장의 간섭과 점검 등이 과거보다 더 공급자 주도로 흐르고 있다.

국민소득이 3만불이 넘었고 특히 안전산업도 선진국 못지 않으므로 이제는 관 주도의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의 대형 사업장에는 ‘자율성’을 보장함이 합리적이고 공급자 수요자 모두의 인적·물적 자원 절약과 생산성 향상 및 산업안전 발전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관련해 현 정부 들어 사업주 면책 등 기업 친화적으로 바꾸기 위한 움직임이 있다는 비판이 있다. 당초 법 제정 취지를 생각했을 때 옳은 방향이라고 보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됨으로써 안전분야에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상존하는 것같다. 사업주의 면책 등 기업 친화적으로 바꿔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해 1월 27일 국회에서 통과돼 올해 1월 27일부터 시행되고 시행규칙과 세부 지침과 규정 등에 대한 후속 관련 제도에 대한 실행 가능하고 구체성이 미흡한 상태다.

수요자 대표인 경영책임자들은 포괄적인 법과 제도에 대한 공포심이 무척 확산돼 사업 수행에 상당히 위축된 것 같아 현실에 부합되고 실행 가능한 법과 제도의 정립이 필요하다.

또 이 법은 세계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은 법인에 대한 과태료가 주목적이지만 우리의 중대재해처벌법은 개인과 법인에 대한 처벌이 핵심이다. 수요자가 실행 가능하고 사기진작을 위한 방안으로 개정·보완이 시급하다.

▲일전 “대한민국 재해예방산업이 전세계에 수출되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의 얘기를 한 적이 있다. 현재 해당 산업 수준과 경쟁력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많이 올라왔다고 생각하는지.

우리의 안전산업은 선진국이라고 생각하며 정부차원에서도 이제는 안전산업과 안전문화를 해외 수출산업으로 적극 지원·육성해야 한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선진국의 안전관련 제도며 안전시설과 안전용품 등을 습득하기 위해 영국, 일본 등에서 배우려고 해외로 많이 출장을 갔다. 하지만 단기간에 우리의 산업안전이 발전돼 이제는 외국인들이 우리의 산업안전을 배우기 위해서 유입되고 있다. 우리의 안전문화를 수출해야 한다고 언론에 기고 등을 하며 안전산업을 해외에 적극 수출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호소하고 있다.

▲대한민국 산업안전을 위해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나. 

아직도 산업현장에서 고귀한 생명을 잃거나 다치는 분들이 너무 많이 발생하고 있어 안타깝다.

산업안전분야에서의 바람은 첫째로 선진국에 걸맞게 공급자 중심의 규제·단속·처벌보다는 수요자 중심의 현실성 있는 안전관련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둘째 선진국에 진입한 국가답게 사업에 참여하는 모두가 권한에 따른 책임도 함께 가져야만 실질적인 산업재해 예방과 이윤추구 및 가치창출이 이뤄지므로 권한과 책임을 함께 부여해야 한다.

셋째 사업장에 자율안전관리체제가 정립되도록 범정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해야 고용창출 등 기업발전과 국가 발전에 기여가 가능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산업안전분야도 인공지능을 통한 스마트 안전이 정착되도록 정부, 공공기관, 기업 등이 한마음 한뜻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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