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휴일에도 이메일·카톡으로 업무…사망과 인과관계 상당"

직장인(PG) / 사진 = 연합뉴스.
직장인(PG) / 사진 = 연합뉴스.

지속해서 업무 스트레스를 받던 중 직장 동료와 점심을 먹고 산책하다 숨진 공무원은 순직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정상규 수석부장판사)는 국토교통부 소속이던 공무원 A씨 유족이 인사혁신처를 상대로 '순직 유족급여를 불승인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국토교통부의 기념관 건립 추진단에서 근무하던 A씨는 2020년 4월 23일 팀장과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하던 중 심정지로 쓰러졌다. 이후 입원 치료를 받았으나 다음달 11일 사망했다.

유족은 A씨 사망이 공무상 사망에 해당한다고 보고 인사혁신처에 순직 유족급여를 청구했다. 하지만 인사혁신처는 "사망이 공무 및 공무상 과로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지급을 승인하지 않았다.

일상적이고 통상적인 범위를 벗어나는 과도한 업무가 지속적이고도 집중적이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유족은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A씨가 "기념관 기공식 행사를 준비하면서 극도의 긴장 속에서 업무를 수행했다"면서 "공무 수행에 따른 과로 및 스트레스로 인해 사망에 이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가 평소 흡연하지 않았고 술도 전혀 마시지 않으면서 건강관리에 힘써온 점도 강조했다.

인사혁신처 측은 A씨의 초과근무 시간이 심정지가 발생하기 전 6개월간 총 80시간에 불과해 과로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망자는 담당 업무의 특성상 퇴근 이후나 휴일에도 이메일, 카카오톡 등으로 건설 현장과 관련한 업무를 처리해온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부 복무 관리 시스템에 기록된 출퇴근 시간만으로 실질적인 업무시간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 "사망자는 공무 수행으로 인한 과로 및 스트레스로 기존 심뇌혈관 질환이 급격히 악화했고, 그에 따라 발생한 심정지로 사망에 이르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공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뤄진 이 사건 처분(순직 유족급여 불승인)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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