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구 안전보건진흥원 원장

“중대재해처벌법은 처벌보다
 현장 근로자와 시민 보호가 목적“

 

“전담조직이 사고 예방기능 제대로 하고
 사고시에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기업의 미래 담보할 수 있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기업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1조에서는 ‘사업 또는 사업장, 공중이용시설 및 공중교통수단을 운영하거나 인체에 해로운 원료나 제조물을 취급하면서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하여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의 처벌 등을 규정함으로써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업장의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공무원, 법인 등을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자칫하면 영문도 모른 채 처벌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그럴 일이 아니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사고가 나지 않더라도 사업주가 안전보건조치를 이행하지 않으면 처벌받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 반면 중대재해처벌법은 최고경영자가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더라도 사고가 없으면 처벌도 없다. 어떤 측면에서는 산안법에 비해 중대법이 느슨해 보인다.

사고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일어나기도 하는 만큼 최고경영자가 사고로 인해 무조건적으로 처벌받는 것은 피하도록 길을 열어뒀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최고경영책임자를 보좌해 사고를 예방토록 하는 것이 전담조직이다. 중대법 시행령 제4조 제2호에서는 안전보건 업무를 총괄·관리하는 전담조직을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담조직을 어떻게 구성하고 역할을 다하게 해야 할 지가 중요해진 셈이다. 국내의 많은 기업이나 기관들이 전담조직을 구성할 때 안전보건관리자 위주의 실무 인력을 주로 배치하고 있으나 문제점은 최고경영책임자를 보호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기획, 인사, 예산, 감사, 안전, 보건,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수한 인력을 가려내 최고경영자 직속으로 조직을 짜야 지속가능한 경영이 가능해진다는 게 핵심 포인트다. 

전담조직은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안전보건체계를 구축하고 개별 안전관련법에서 요구하는 안전보건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 중대법이 요구하는 안전보건 확보의무 이행을 위한 시스템 등 최고경영자가 보고받고 지시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현장의 이행실태를 분석‧평가하고 끊임없이 고도화하는 작업도 병행해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되도록 해야 재해를 막을 수 있다. 예방활동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에는 신속히 대응방안을 마련해 행정기관이나 조사기관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게 하는 것도 전담조직 몫이다.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중대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지난 8월 기준 여전히 재해가 줄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재해가 터진 사업장의 본사와 현장에 압수수색이 이뤄지는데 고용부와 검찰에서 징구하는 안전보건관리체계 서류 목록을 사고 당시에 제출하지 못하면 수사나 조사받을 때 낭패를 겪는다.

최근 한 사업장에서는 사고가 난 지 며칠만에 본사와 공장을 압수수색해 그간 시행된 모든 문서를 컴퓨터 포렌식까지 거쳐 가져갔다고 한다. 중대법에서 요구하는 문서들이 있는지, 어떻게 시행되는지, 최고경영자는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을 들여다 보려는 것이다. 지금이야 시행 초기여서 문서 유무 확인에 그치지만 앞으로는 사고가 어디에서 기인했는지, 위험요인 관리는 어떻게 이뤄졌는지, 사고 인과관계는 어떤지 등을 꼼꼼히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이 때 전담조직이 철저하게 준비해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중대재해가 발생했다고 모든 최고경영책임자가 중한 처벌을 받지는 않는다. 얼마나 철저히 준비해왔는지에 따라 처벌수위는 천양지차가 된다.

전담조직은 안전보건경영시스템에 기반해 재해예방 인력, 예산 등을 짜고 현장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작동되도록 조언해 사고를 막아야 한다. 하도급 업체도 본사 수준으로 관리하고 이행점검 결과에 따라 현장개선이나 직무‧직급‧수준별 맞춤 교육훈련도 실시해야 한다. 시스템을 잘 구축하고 고도화해 현장에서 안전보건 관계법령과 지침을 준수하면 최고경영자는 의무를 다한 것이다.

중대법은 처벌을 내용으로 하지만 주목적은 처벌보다 현장 근로자와 시민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그러니 대응 전담조직은 먼저 사고를 예방하는 기능을 다해야 하고 사고가 났을 때는 신속한 보고와 대응이 가능토록 해야 한다. 사태를 신속하게 파악해 상황에 대처토록 해야 기업의 미래를 담보하는 경영이 가능해진다. 그만큼 전담조직의 책임과 역할이 중차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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