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억 가천대학교 사회정책대학원 교수

그동안 논란의 큰 중심에 있던 중대재해처벌법이 올해 1월 27일부터  발효됐다. 이제 산업현장에서 중대재해 발생시 사업장의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과 10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을 정도로 과도한 처벌을 받는다.

이 법이 시행된 지 7개월 이상 지난 현재 산업현장에서 사고는 과연 얼마나 줄었을까?

고용노동부의 재해조사 사망사고 현황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사망사고가 303건이 발생해 320명이 사망했다. 이는 중대재해 처벌법이 시행되지 않았던 2021년 상반기와 비교할 때 건수는 31건(9.3%), 사망자는 20명(5.9%)이 각각 감소했다. 일견 다행스런 일이지만 비교적 소폭 감소해 강력한 처벌만이 능사가 아님을 보여주는 수치이기도 하다.

사망사고를 업종별로 보면 건설업이 147건이 발생해 155명(48.4%)이 사망했고 제조업에서는 92건 발생·99명(30.9%) 사망, 나머지는 기타 업종으로 나타났다. 사망 원인을 보면 작업절차의 안전기준 미수립이 108건(24.4%), 컨베이어 위험기계·기구 안전 미조치가 53건(12%)으로 각각 나타났다.

또 사망 재해 유형을 보면 추락이 126명(39.4%)으로 가장 많았고 끼임 47명(17.8%), 물체에 맞음 32명(10%), 깔림과 뒤집힘 27명(8.4%), 부딪힘 20명(6.3%)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면 이렇게 처벌을 대폭 강화했음에도 계속해서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설마 사고가 나겠어”라는 안일한 의식과 사회적으로 만연화돼 있는 안전(위험)불감증이 가장 큰 위험요인이다.

우리가 “설마”라는 생각을 갖고 있으면 위험이 눈에 보이지가 않는다. 설마 대신 “만에 하나 사고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면 비로소 우리의 작업현장에서 위험이 보인다. 아울러 “한번 발생한 사고는 또 난다”, “우리 작업현장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건설·제조업 등 모든 업종에서 발생한 사고 사례의 원인과 예방법을 꼼꼼히 살펴보는 세심한 노력이 요구된다.

“실패에서, 사고에서 교훈을 찾아라”를 실천으로 옮기는 첫걸음은 “우리 작업현장에서, 나도 사고 날 수 있다”는 강한 위기감을 갖고 나부터 안전을 꼼꼼히 챙기고 실천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아울러 내가, 우리 직장이 안전할 때 이중, 삼중으로 사고나지 않도록 안전조치를 겹겹이 확보해 나가는 Cross Checking 시스템도 조속히 구축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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