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장

올 1월 27일 시행된 중대법은 단순히 경영책임자 처벌만을 강화하는 법이 아니라 경영책임자와 법인에 대해 안전보건에 대한 의무와 처벌을 규정함으로써 산재예방의 제1의무 주체인 경영책임자와 법인이 선제적으로 안전보건에 투자하도록 하는 입법 취지를 갖고 있다.

경영계는 시행된 지 반년도 안돼 중대법의 실효성 운운하며 산재감소 효과 없이 불명확한 규정으로 현장 혼란이 심화되고 경영활동이 위축되고 있다고 호도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4월 25일 고용부 자료에 따르면 중대법 시행 이후 발생한 사고는 노동자의 부주의가 아닌 대부분 기업의 기본적인 안전보건조치 미이행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경제적 이윤이나 비용보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안전을 위해 예산을 투자하고 안전보건 인력을 확대하는 등의 적극적인 산재예방활동에 집중할 때다.

중대법의 쟁점과 의견은 다음과 같다.

# 불명확하고 모호한 법률인가=중대법 시행 이후 경영계는 조문이 불명확하고 모호해 지킬 수 없음을 주장하며 축소하고 삭제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법률이 구체적일수록 명확성의 원칙을 충족하고 죄형법정주의상 형식적으로 타당하겠으나 사고예방 측면은 떨어진다. 최대한의 명확성이 아닌 최소한의 명확성을 확보하는 것이 법률로서 중대법이 존재하는 이유다.

# 과도한 처벌 및 제재인가=법정형을 높이는 입법은 그동안 실제 법률을 적용해 판단한 최종 양형인 법원의 선고형이 지나치게 낮기에 도입된 방안이다. 중대법은 책임이 없기에 처벌도 없다는 문제점에서 출발해 기존의 안전보건 관계 법령과 다른 인력, 조직, 예산 등에 의무를 부여한 법률이다.

# 포괄적인 입법으로는 준수하기 어렵다?=법인 스스로 무엇을 준수해야 하는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에 대해 평가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개선 계획을 수립해 법령을 준수하는 것이 현대기업의 안전보건경영이다. 중대법은 사업장이 준수해야 안전보건 확보의무가 무엇인지 위임입법을 허용하고 있는 법률이며 동시에 시행령을 통해 무엇이 허용되고 금지되는지 예측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시행령 의무조항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으로 경영책임자와 법인이 면책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완결적 법률과 달리 위임입법에서는 완화된 예측 가능성이 적용되도록 해야 하며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 정도로 헌법에 반할 만큼 불명확하다고 보기 어렵다. 

경영계의 지속적인 법 개정 건의에 화답하듯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와 이행계획서는 중대법을 개악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또 최근 여당에서 경영책임자 처벌 감경을 목적으로 하는 중대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노동자의 목숨을 팔아 사용자 배를 불리겠다는 ‘정경유착’의 포문을 열었다. 시행된 지 반년도 안된 법에 대한 개정 논의는 시기상조이며 실제 수사와 재판을 충분히 지켜보고 논의하는 것이 타당하다. 지금은 엄중한 법 집행과 더불어 기업의 산재예방활동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할 때다.

향후 중대법을 개정한다면 ▲경영책임자 정의 명확화 ▲발주자 책임 명확화 ▲벌금의 하한선 설정 ▲현장훼손, 사실은폐 등 형사처벌 규정 ▲5인 미만 사업장 법 적용 ▲인과관계추정 규정 신설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끝으로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노·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는 대립적 노사관계 틀을 탈피하고 사업장의 안전문화 정착을 위해 노사가 적극 협력해야 할 때이다.

한국노총은 올해 중대법과 관련해 교육, 홍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등 노동자의 건강권 확보를 위한 사업에 집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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