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광수 안전보건공단 충남지역본부 안전보건1부장

요즘 기업들이 마주한 상황은 예사롭지 않다. 한마디로 말해 큰일이 곧 일어날 것 같은 상황을 직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코로나19 상황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써 수개월 동안 진행되며 촉발된 고물가·고금리의 인플레이션에 투자 위축과 민간소비 둔화의 스태그플레이션까지 예고된 마당에 이미 수출이 둔화되고 있다니 얼마나 큰일인가. 

더군다나 지난 1월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돼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했음에도 산업현장에서의 사망재해는 그다지 줄지 않았다는 평가가 있는 가운데 하루가 멀다 하고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근로자의 사고사망 뉴스는 결코 남의 일로만 치부하기 어려울 만큼 섬뜩하게 받아들여지는 현실이 또 하나의 큰일일 것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일하는 사람들이 일터에서 부상당하거나 죽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의 홍보로 우리 국민 대부분은 정부와 사업주들이 그 책임을 지고 그들이 직접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알게 됐다. 또 “일하는 장소에서 다치면서까지 해내야 할 중요한 일은 아무 것도 없다”고 여러차례 교육받은 노동자들은 “위험작업은 더 이상 할 수 없다”면서 그들이 일하는 작업장소를 보다 더 안전하게 조성해 줄 것을 당당히 요구하고 있다. 

사업주와 최고경영자들은 정부의 처벌 중심의 산업안전정책과 노동계의 기업에 대한 일방적인 안전보건확보 요구는 창의적인 기업활동을 가로막는 족쇄이고 매우 무리한 측면이 있다고 항변하면서도 코앞에 닥친 큰일을 다행스럽게도 그냥 두고 보지는 않는다.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큰일이 발생치 않도록 대비하고 있으며 피하지 못할 큰일이라면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경제위기에 맞서 경영을 더욱 효율화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등 위기를 극복하려는 비상경영체제 가동과 함께 더 이상 노동자가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위험요인을 찾아내고 평가해 개선하는 안전보건관리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사고의 원인이 불안전행동을 하고 안전규정을 무시한 노동자에게 있다거나 노후된 설비가 갑자기 고장을 일으켰기 때문에 불가항력적인 상황이었다며 책임을 지기 어렵다고 했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식의 변명으로는 사고 발생에 대한 책임을 절대로 용서받지 못하는 시대가 됐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오래 전부터 기계는 고장날 수 있고, 사람은 실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기계 설비와 각종 장비는 사전에 정기적으로 점검해 결함은 수리하고 고장은 즉시 복구해야 한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무엇이 위험한지를 알게 해줘야 한다.

작업표준을 마련하고 기능교육을 통해 작업 중 오조작을 방지하고 반복적인 안전수칙과 안전의식 교육을 통해 순조로운 작업의 비정상적 악화를 미리 방지하자. 떨어지고 끼일 수 있는 위험장소는 경고하고 막아두자. 안전보호구는 반드시 착용하고 위험작업은 유도하고 안내해 안전하도록 관리하자. 사고가 발생할 뻔한 상황을 여러차례 겪어봤는데도 아직 큰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위험의 경고를 무시하거나 간과하지 않았는지 돌아보자. ‘큰일 날뻔 했다’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던 경험이 있었고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을 깨달았으면서도 실제 사고를 예방하지 못한다면 그 책임을 모면하기 어렵다. 

우리 모두가 비록 코앞에 마주한 큰일일지라도 슬기롭게 극복하고 피해 나가자. 아무도 기대하지 않은 사고로 인해 불행해질 수 있는 그 큰일이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은 얼마나 다행한가.

우리에게는 충분한 기회가 있다. 부디 큰일 내지 말고 큰일 날뻔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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