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우택 한국경총 안전보건본부장

최근 ILO(국제노동기구)는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환경(Safe and healthy working environment)’을 기본노동권으로 선언했다. 각국 정부와 경영·노동계가 참여하는 국제기구에서 산업안전분야가 기본노동권에 포함된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지난 5월 10일 출범한 새 정부도 ‘산업재해 예방 강화 및 기업 자율의 안전관리체계 구축 지원’을 고용노동분야 국정과제중 최우선 과제로 천명한 바 있다. 

이처럼 국내외적으로 안전보건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으며 노·사·정 모두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힘을 모으고 노력해야 한다는 근본 취지에 적극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산업재해 통계를 보면 사고사망자는 828명, 사고사망만인율은 0.43‱로, 산업재해 통계를 작성한 1999년 이후로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선진외국의 재해수준과 비교할 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그간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법률·제도를 강화해 왔고 올 1월 27일부터는 노·사간 대립이 첨예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시행되고 있다. 법률이 시행된 지 채 반년밖에 안된 시점에서 효과성을 판단하는 것이 섣부르지만 아직까지 획기적인 산재예방 감소효과는 나타나지 않는 것 같다. 문제는 중소사업장이다.

최근 경총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대규모 사업장은 안전에 대한 예산·인력이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상대적으로 재정·전문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우 해당 법률 내용에 대한 인식 및 이해도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다. 2021년 산업재해 통계를 보더라도 50인 미만 사업장의 사고사망자 발생비중이 전체의 80.7%를 차지하고 있다. 또 50인 미만 사업장의 대부분 재해는 ‘떨어짐’과 ‘끼임’ 같은 소위 ‘재래형 사고’라고 불리는 형태의 사고다. 재래형 사고의 주요 원인은 기초적인 안전조치 미비다. 떨어짐 사고는 안전난간, 작업발판, 추락방호망 등 안전설비 미흡과 안전모 등 보호구 미착용으로 발생하고 끼임 사고는 덮개 등 방호장치 미비, 정비·보수시 설비 가동 및 전원 오작동 등이 요인으로 작용한다. 영세사업장의 경우 노·사 모두 산안법상 의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전문인력 확보와 안전투자를 위한 재정여건도 취약하기 때문이다. 정부나 안전보건공단 차원에서도 다양한 기술·재정지원 사업을 추진하고는 있으나 모든 소규모 사업장에 행정력이 닿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소규모 사업장에서 안전보건을 확보키 위한 접근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사업장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는 ‘유해위험요인 발굴·개선’이다. 사고의 이면에는 수많은 위험이 존재한다. 현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고가 발생하기에 앞서 여러 징후들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위험요인들을 확인하고 찾아내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활동은 사업주 측면에서 그간 알 수 없었거나 알고는 있었지만 익숙해져 무심코 지나쳤던 크고 작은 현장의 위험요인들을 명확히 인지하고 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를 보완함으로써 사업장 안전수준 제고뿐 아니라 안전관리체계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영세사업장의 경우 전문성 부족으로 모든 요소들을 찾아내기에 한계가 있겠지만 소규모 현장사고의 대부분은 익숙한 시설과 장비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떨어짐·끼임과 같은 재래형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근본적인 위험요인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와 공단은 소규모 사업장에서 이러한 활동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견미지저(見微知著)’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이는 ‘사소한 것을 보고 장차 드러날 것을 알게 된다’는 뜻으로 사전예방의 중요성을 담고 있다. 아무리 작은 위험이라도 기본적인 조치 없이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위험을 찾아내고 개선키 위한 산재예방 주체들의 세심한 주의와 실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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