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엄정한 집행은 한국이 중대재해를 획기적으로 감축시킬 수 있는 절체절명의 기회로 노사 모두의 문제다.

2015년부터 지난 7년간 산재로 인한 경제적 손실액은 159조로 2019년 29조, 2020년에도 30조원에 달했다.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의 산업재해, 시민재해까지 더한다면 그 규모는 엄청날 것이다. 

경영계는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안전설비, 장비 개선,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 등 전문인력 수요가 일부 증가하고 있다. 법 제정 운동을 해왔던 입장에서는 만감이 교차하는 대목이다. 결국 ‘경영책임자의 형사처벌’이 시행되고 나서야 사문화됐던 안전보건관계 법령이 작동되기 시작하는 전근대적인 한국의 기업문화를 확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법의 엄정한 집행과 더불어 중대재해 감소를 위한 구체적인 예방대책도 실질화돼야 한다. 그중 핵심적인 것은 중소사업장 예방대책과 노동자 참여 및 작업중지권 실질화다. 

먼저 중소사업장 공동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산업재해의 80%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지만 정부지원 대책은 1회성 사업으로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산업재해 감소는 단기적으로 이뤄질 수 없고 안전점검, 안전교육, 위험작업은 하지 않는 조직문화 정착으로 이어져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 돼야 한다. 

그러나 100인 미만 사업장은 안전보건관리자 선임을 비롯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의 적용제외 대상이다. 법 제정 취지가 ‘사업장 예방관리체계 구축’인데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사업의 재탕 삼탕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중소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체제를 공동으로 구성하고 운영토록 제도 개선과 실질화 대책이 즉각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안전보건관리자 선임을 고용규모에 따라 차등적용하는 국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모든 사업장에 전면 적용토록 하면서 사업장 규모와 위험도에 따라 활동시간을 규정하고 인근의 일정한 사업장을 공동으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산업단지의 경우에는 관련법에 따라 산업단지 관리기관이 입주 기업의 안전지도 등을 할 수 있다. 공동안전보건관리체계를 입주 기업과 정부, 지자체가 공동으로 구성·운영하고 선임 등에 관한 비용 지원을 하면서 공동안전보건관리자의 독립성·공공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수 있다. 이는 공동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공동 명예산업안전감독관 등 노동자 참여구조도 포함돼야 할 것이다.

다른 하나는 노동자 작업중지권의 실질화다. 산재감소의 핵심대책은 ‘위험한 작업은 중단하고 안전조치를 한 뒤에 작업을 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조직문화로 정착’되는 것이다. 그동안 이윤을 앞세우는 기업, 작업중지가 작동되지 않는 원·하청 다단계 구조 등으로 위험을 알고도 강행되는 작업이 횡행했다. 특히 작업의 위험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노동자의 작업중지는 해고나 징계로 되돌아오기 일쑤였다.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일부 기업과 공공기관은 노동자 작업중지권 실질화를 확대하고 있다. 작업중지에 따르는 노동자와 하청업체의 임금과 손실비용을 원청이 보전하고 위험발굴이나 작업중지를 많이 하는 하청 기업에 우선 계약권을 주고 노동자에게는 포상 등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기업이 있다. 어떤 기관에서는 노동자에게 위험작업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할 뿐 아니라 ‘위험작업’에 대한 이견이 있을 경우에는 노사공동기구에서 심의 결정토록 했다.

정부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노동자 작업중지권이 있다며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작업중지로 인한 임금 등 손실비용이 보전되고 개별 노동자뿐 아니라 노동조합의 작업중지권이 보장되고 불이익 처우를 하는 기업에 대한 처벌조항이 도입돼야 작업중지권은 실질화될 것이다.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해 현장에서부터 답을 찾고 있는 노동자 작업중지권의 실질화가 법 제도로 전면화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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