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대수 건설업 안전보건지킴이

지난 2월 18일 건설안전지킴이로 안전보건공단 소속이 됐다. 발전회사 정년퇴직 후 인생2모작을 생각할 즈음에 사회에 나와 처음으로 맞이하는 새로운 직업이다. 비록 일용직이고 계약기간이 10개월이지만 나름 보람을 느낀다. 

안전보건공단 대전세종광역본부는 총 16명의 건설안전지킴이가 있다. 2명씩 짝을 이뤄 대전광역시를 중심으로 근교에 있는 공주시, 계룡시 등 지역에서 안전보건지킴이 활동을 한다. 

우리가 방문하는 건설현장은 대부분 계약금액 50억원 미만이지만 대부분 1억원에서 10억원 범위에 속해 있다.

이러한 현장은 안전관리자가 따로 없어서 현장소장이 모든 것을 관장한다. 그래서 현장소장이 어떠한 생각으로 현장을 관리하느냐에 따라 현장의 안전이 결정된다. 
현장을 돌아보며 안타까운 점은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현장과 중소기업이 운영하는 현장의 여건이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현장은 우선 깨끗하고 정돈돼 있으며 질서정연하고 무엇 하나 나무랄 것이 없다. 

그러나 중소현장에 가보면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안전에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안전모, 안전화, 안전대도 착용하는 곳이 많지가 않다. 현장에 항상 있어야 할 현장소장은 자재를 사러 수시로 자리를 비우거나 소장 1명이 몇개의 현장을 맡아 관리하는 관계로 현장에서 안전작업이 이뤄진다는 것은 바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현장에 가서 늘 지적하는 사항도 중소기업에서 운영하는 모든 현장이 비슷비슷하다.

가장 기본적으로 개인보호구 착용이 불량하거나 아웃트리거가 설치돼 있지 않은 이동식사다리를 사용하거나 마땅히 설치돼야 할 곳에 안전난간이 설치돼 있지 않거나 추락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너무 소홀히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건설현장이 열악한데도 아무 사고 없이 건설이 이뤄진다고 생각하니 우리는 날마다 기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고 나서 건설업에 종사하는 이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현장소장들은 대부분 사고 발생의 염려로 바짝 긴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될 여건은 공사장 곳곳에 너무나 많이 도사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안전지킴이를 반가워하는 현장은 한곳도 없다. 불러주지도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날마다 반겨주지도 않는 현장에 달려간다. 그리고 매의 눈으로 현장을 훓어보고 위험요소가 없는지 살펴본다. 우리가 현장에 나타나면 안전모를 벗고 일하던 근로자들이 멋쩍게 슬그머니 안전모를 쓰고 일을 한다.

지적한다고 해서 당장 건설현장이 달라질리는 없겠지만 매일 현장에 가다 보면 어느새 안전의식이 자리잡을 것이라 생각된다. 날마다 물을 주면 물은 다 빠져나가도 어느새 콩나물이 물을 받아먹고 쑥쑥 자라나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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