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한 안전보건공단 서울광역본부 건설안전팀장

건설현장에서의 사고는 전국 사업장 중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이중 절반 이상이 추락재해다. 이같은 현실은 정부와 건설사도 잘 알고 있으며 이를 예방키 위해 다양한 재해예방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건설현장 추락재해는 여전하다. 

어떻게 하면 추락재해를 막을 수 있을까.

그간 건설현장에서는 원청사와 협력업체가 주기별로 공정 분석, 위험성평가, 협의체회의, 관리책임자 지정, 안전교육, TBM활동, 안전점검 등을 실시해 근로자가 작업 중 위험을 알고 대응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이 안전보건활동을 펼치면 근로자가 작업 중 안전해야 하지만 현실은 위험을 알고 있어도 묵인하는 경우가 많고 사고로도 이어진다.

그러면 왜 근로자들은 위험을 알고도 작업을 계속할까. 산업안전보건법 제52조에는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을 보장하고 있다.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이란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근로자는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고 관리감독자는 이에 따른 안전보건조치를 하고 사업주는 해당 근로자에게 해고나 불리한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위험작업시 근로자의 작업중지는 이뤄지지 않는다. 

근로자들은 왜 위험상황에서 작업중지를 하지 않을까. 그 이유는 작업중지시 근로자에게 손해가 되기 때문이다. 작업중단은 다른 연관 작업들도 함께 중단시키게 되고 이와 관련된 건설장비들도 작업을 하지 못해 작업중지시간이 길어질수록 이에 따른 손해는 눈덩이처럼 커진다. 작업 중지시 즉시 안전조치해주지 않는다면 근로자는 협력업체 소장으로부터 핀잔을 듣게 되고 안절부절 못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한 근로자는 다시는 작업중지를 하지 않게 된다. 그러나 대표이사가 작업중지 선포식을 개최하고 전 현장에서 누구든 작업중지를 할 수 있다고 게시하며 현장에 안전조치팀도 둬 즉시 개선토록 하고 작업중지에 따른 손해는 대표이사가 책임지겠다고 약속한다면 어떨까. 

이런 경우에도 협력업체와 근로자는 반신반의하며 작업중지를 안할 가능성이 높다. 작업중지에 따라 발생한 후속 결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누구든 편하게 위험상황에서 작업중지를 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결국 작업중지권이 현장에 정착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일정기간 작업중지훈련이 필요하다. 위험상황이 있는데도 작업중지를 하지 않는다면 관리감독자 또는 안전관리자 등이 그 자리에서 근로자에게 작업중지를 요청하도록 주문해야 한다. 또 안전조치팀이 현장에 출동해 위험상황을 확인하고 즉시 조치 후 작업을 재개하도록 해야 하며 작업중지를 한 근로자에게 우수 안전근로자로 포상을 해야 한다.

또 다른 방법은 위험상황 SNS 시스템을 마련해 현장의 위험상황을 수시로 신고토록 하는 것이다. 신고를 잘하는 근로자는 우수근로자로 선정해 커피쿠폰 등 소소한 선물을 포상한다면 효과가 클 것이다. 이와 같이 근로자가 위험요인을 스스로 파악·신고하고 필요시 작업중지하는 문화가 정착될 때 현장의 위험도는 낮아질 것이고 사고는 예방될 것이다.

위험에 가장 근접한 사람은 근로자이고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람도 근로자다. 이제 근로자를 안전활동에 참여시켜 스스로 위험을 알고 대처하도록 하자.

위험상황땐 즉시 작업중지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작업중지권이 건설현장 안전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을 때까지 다함께 노력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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