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호 안전보건공단 서울남부지사장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전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이름은 바로 스나이퍼(sniper), 즉 저격수들이다. 지금까지 7명의 러시아군 장성급 지휘관이 우크라이나 저격수들에 의해 희생됐다고 한다. 물론 러시아는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말이다.

스나이퍼는 매우 동작이 빠른 도요새(snipe)를 사냥할 수 있을 정도로 총을 잘 쏘는 사람을 부르던 말로 그야말로 특등사수 중의 특등사수인 셈이다.

미국 남북전쟁 후 스나이퍼란 말로 사용된 이후 영국의 로뱃 정찰대에 저격수가 정식으로 부대에 편제되기 시작해 제1ㆍ2차 세계대전 등 많은 전쟁에서 활약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활약한 전설적인 저격수 중 한사람인 소련군 바실리 자이체프는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무려 220여명을 사살했다고 한다.

바실리 자이체프는 영화 ‘Enemy at the Gates’의 실제 인물이기도 한데 이외에도 저격수에 대한 내용이 영화나 TV 소재로 많이 다뤄졌다. 아마도 적들을 한발에 제거하는 기법인 ‘원샷-원킬’에서 오는 통쾌함과 짜릿함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저격수의 진짜 매력은 ‘최소비용-최대성과’에 있는 것 같다. 극초음속기, 최신형 탱크ㆍ장갑차, 중화기로 무장한 수천ㆍ수만의 군사보다 단 한발의 총알로 적의 수뇌부를 제거함으로써 적군 전체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그 매력 말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2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사망사고 감소의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것 같다. 그런데 사업장에서는 이 법이 부담스럽다고 한다. 무엇이 부담스러울까?

법의 핵심이라고 말하는 제4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보건 확보’를 위한 비용이 부담스러운걸까? 아니면 중대재해 발생 이후의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과 양벌규정이 부담스러운걸까?

어떻게 하면 이 부담을 덜 수 있을지 지극히 단순하게 생각해 봤다. 우선 징역, 벌금 등의 제재는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으면 부과되는 것이 아니니 부담일리 없다. 그럼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조치해야 할 안전보건 확보 비용이 그 부담일 것이다. 경영방침 설정, 전담조직 구성, 인력과 예산확보 등 안전보건 확보를 위해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들은 이미 산업안전보건법에도 있는 내용이다. 아마도 정확히 말하면 비용부담이 아닌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는 부담이라고 할까. 마치 시험 때문에 책은 잔뜩 샀는데 무슨 공부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곤혹스러운 부담 말이다. 대표적인 고비용-저효율이다. 빨리 문제의 본질을 찾아야 한다.

이럴 때는 앞서 말했듯이 단순해지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안전보건 확보’는 그냥 “우리 현장에 어떤 것이 위험하니 그것을 빨리 없애라”가 아닐까. 다시 말해 “현장의 위험을 저격하라”가 아닐까? 이것이 바로 위험성평가이다.

사업장 위험성평가 지침에 있는 ‘① 평가대상의 선정 등 사전준비 → ② 작업과 관계되는 유해ㆍ위험요인 파악 → ③ 파악된 유해ㆍ위험요인별 위험성의 추정 → ④ 추정한 위험성이 허용 가능한 위험성인지 여부의 결정 → ⑤ 위험성 감소대책의 수립 및 실행’ 등의 절차는 ‘위험요소 저격’의 슬로우 비디오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중요한 것은 매의 눈으로 우리 현장의 위험을 찾아내서 그것을 최소 비용으로 신속하게 제거하는 일이다.

정부와 안전보건공단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의 근본적인 목적인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사업장 안전보건체계 구축 지원’ 사업을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바로 이 체계 구축 지원의 핵심이 ‘위험성평가’다. 특히 중상해사고(SIF·Serious Injury&Fatality) 중심의 위험성평가 기법 개발을 통해 중대재해 저격에 대비한다고 하니 한껏 기대가 된다.

부디 이를 통해 사업장의 위험요소를 ‘원샷-원킬’ 하길 기대한다. 아니 ‘원샷-올킬’ 하면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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