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혁 안전보건공단 서울동부지사장

최근 이슈인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요구하고 있다. 중대법을 도입한 배경은 조직이 안전보건에 책임이 있다는 관점이 핵심이다.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조직은 안전보건 방침과 목표, 프로세스를 수립하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이행하는 책임행위를 해야 한다.

만약 책임행위 위반으로 중대재해를 일으킨 경우 기업과 경영책임자 등에게 징벌적 손해배상 등 엄중한 처벌이 적용될 수 있어 기업경영의 핫 이슈가 되고 있다.

그러면 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하는지 생각해보자.

오늘날 생산조직은 세분화된 기능구조와 최첨단 기술, 자원, 프로세스, 역량, 전략 등의 구성요소가 상호 작용해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복잡한 사회기술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이러한 복잡한 시스템은 구성요소가 통제없이 불안전하게 상호작용을 하다 보면 위험요인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특성을 갖게 된다.

사회적 이슈로 반복해서 발생되는 대형사고의 경우 도급관리, 품질관리, 변경관리, 설계 및 개발 등 생산 프로세스와 안전관리 프로세스의 상호작용 리스크에 대한 시스템 통제가 실패해서 발생하는 경향이 많다.

다른 목표와 충돌해 안전이 무시되거나 생산 우선의 조직가치로 생산 프로세스가 작동되다 보면 결국 기업의  안전시스템은 일 따로 안전 따로의 따로국밥이 되고 마는 셈이다.

글로벌 수준의 생산시스템을 갖추었더라도 이와 통합된 안전시스템 구축 없이는 사고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나아가 기업 생존 마저도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결국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서는 기업의 조직구조와 내·외부 상황 수준에 대응한 안전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요건이 바로 위험관리(risk management) 중심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인 것이다.

기업이 진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려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안전보건관리체계 이행의 핵심은 위험을 통제하는 프로세스를 수립하고 이를 실체적으로 이행하는 작동성 확보에 있다.

위험성평가 등 기본적인 안전보건 프로세스를 문서화한 안전보건 매뉴얼이나 절차서 구축은 상대적으로 쉬우나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안전보건 직무능력인 역량의 축적 없이는 불가능하다.

예를 들자면 위험성평가 프로세스를 문서로 만들기는 쉽지만 모든 생산 프로세스와 통합해 언제, 누가, 어떻게, 무엇을 평가해서 위험을 결정하고 조치해야 하는지에 대한 모든 참여자의 실체적 안전보건 역량이 없다면 쓸모없는 서류작업으로 끝날 것이다. 안전보건 프로세스와 역량의 관계는 자동차와 운전자와의 관계와 같다. 운전할 능력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프로세스도 운전이 불가능하다는 이치이다.

결론적으로 좋은 법, 제도, 안전보건관리체계 등 모든 시스템은 운영하는 조직의 안전보건 역량이나 안전문화적 역량 없이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즉 안전프로세스나 안전시스템은 안전문화, 안전보건 역량이 상호작용할 때 효과적으로 작동되므로 기업 CEO는 조직의 모든 프로세스에서 안전을 통합해 운영할 수 있도록 경영층, 노동자, 전문가를 포함한 모든 구성원의 안전보건 역량과 함께 조직의 안전문화 역량을 최상위 수준으로 개발하고 확충해야 한다.

저작권자 © 안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