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완순 안전보건공단 서울광역본부장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이제 두달이 돼가고 있다. 시행 이후 중대법은 언론의 주요 관심사였다.

안전보건공단이 설립된 이후 지난 두달만큼 ‘안전’이라는 단어가 언론에 많이 노출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많은 기사를 보면서 중대법에 대해 올바르게 접근하고 있는지 아쉬움을 느낀다.
중대법의 핵심은 효율성 중심의 기업경영을 ‘생명존중 경영’으로 바꾸는 것이다.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에 관한 목표와 경영방침을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키 위해 안전보건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이 법의 핵심이다.

그런데 많은 기사를 보면 어떻게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할 것인지에 대한 언급보다 “과도한 처벌”이나 “경영책임자의 면책방법” 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아직까지 대한민국의 많은 기업에서는 비용절감과 기간 단축을 통한 효율성을 기업경영의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다. 빨리빨리 문화 속에서 최고경영자에게도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에게도 안전은 중요한 가치가 아니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에게 ‘생명존중 경영’이라는 중요한 목표를 부여했다.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부분은 생명존중 경영 이념을 어떻게 조직에 뿌리내리고 그것을 조직문화로 만들어야 하는지이다. 중대법 시행에 따라 안전보건체계를 구축하고 위험성 평가를 하고 안전보건관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하지만 생명존중 경영에 대한 경영책임자의 확고한 의지가 없다면 그것은 일부 담당자만의 페이퍼 워크(Paper Work)로 전락할 수도 있다. 

겉보기에 번드르르한 안전보건관리계획이 있지만 소속 직원들은 다니는 곳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가 누구인지 모른다.

위험성 평가를 하는데 담당직원만 혼자 열심히 작성해서 정작 직원들은 일하는 현장의 위험요인을 공유하지 못한다면 안전보건체계 구축이 제대로 돼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경영책임자는 생명존중 경영을 경영방침으로 명확하게 선포하고 그 경영방침을 조직의 모든 구성원이 알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오늘 하루 일하러 온 일용직 직원에게도, 말이 다른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신규 입사해 오늘 처음 출근한 직원에게도 우리 회사는 업무수행시 빨리빨리보다는 안전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시키고 실천하도록 지시하고 확인해야 한다. 

안전보건체계 구축은 일선 현장에서 실효성있게 작동될 때 그 의미를 가진다.

지금 경영책임자와 안전보건관계자가 고민해야 하는 부분은 생명존중 경영이라는 경영방침을 우리 조직 내 모든 구성원에게 어떻게 교육하고 소통해 조직 구성원 모두가 안전을 당연한 가치로 만들어 낼 것인지 이다. 

중대법이 시행되기 전인 지난 1월 11일 광주 서구의 화정동 아이파크 신축공사현장에서 건물 23층부터 38층의 외벽과 구조물이 붕괴돼 현장에서 작업하던 근로자 6명이 사망했다.

사고 조사 결과 여러가지 문제가 드러났다.

겨울철 충분한 기간을 확보하지 않은 콘크리트 양생 등 잘못된 작업방법, 불량 콘크리트, 불법 하도급, 하중을 고려하지 않고 철거한 동바리 등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사고를 보면서 작업자들을 살릴 방법이 없었는지 고민한다.

현장 39층에서 일하던 작업자들은 콘크리트 타설 후 거푸집이 터지는 모습을 핸드폰으로 촬영하고 이상함을 감지하고 현장을 떠났다고 한다.

그들이 떠나면서 건물 내에서 함께 일하는 작업자들에게 위험을 전파했더라면 건물은 무너졌어도 사람은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왜 그들은 정상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아무 말 없이 현장을 떠났을까. 

돈 보다 생명이 먼저라고 누구나 말하는 사회, 적은 비용으로 빨리빨리 하는 것보다 천천히 안전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회사, 우리가 지금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이야기해야 하는 핵심 의제는 ‘처벌과 면책이 아닌 생명존중 경영을 우리 조직문화로 어떻게 만들 것인가’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원년을 생명존중 경영의 원년으로 만들자.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이 생명이 먼저임을 누구나 알고 말하고 실천하는 안전한 사회가 되는 것이 중대재해처벌법의 지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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