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태 한국안전환경과학원 대표

안전보건문제 해결의 기본 틀은 노동자와 설비 또는 대상물의 관계 설정에서 찾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 해결방법은 사람과 설비 사이의 간격을 최대한 벌려 놓는 것이다.
위험은 항상, 아니 반드시 사람 즉, 노동자와 대상물이 서로 마주보며 접근할 때 발생하고 가까워질수록 그 위험도는 더 커진다.

안전보건을 확보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이 간격을 벌리는 것이고 이를 위험의 원격화라고 할 수 있겠다.

앞으로 가상의 사회에서는 이와 같은 원격화를 이용한 설비의 중앙통제시스템이 상용화될 것이고 현재도 이미 주요 대기업들 중에는 이를 활용해 노동자가 위험에 노출되는 환경 자체를 허용하지 않으려는 추세로 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노동자들이 통제실 이외에는 거의 배치되지 않고 배치되더라도 불안전행동을 통제실 화면으로 미리 예견할 수 있기 때문에 사업장의 안전보건분야에서는 획기적인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허용농도에 민감한 보건위생분야에서는 더 없이 바람직한 기술이 되리라 확신한다.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하는 원격제어기술은 석유화학, 제철제강분야에서 특히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설비와 관련해서도 관리방법상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와 같은 설비 중심의 안전관리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승강기는 행정안전부, 고압가스설비는 산업통상자원부, 타워크레인은 건설교통부 등으로 정부의 주관하는 해당 부서가 각각 다른 나라는 아마 우리나라뿐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다 보니 검사 날짜도 제각각이고 지도·감독도 달라 기업에서는 이들을 상대하는 부서가 별도로 생기는 웃지 못할 일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 동일한 대상을 놓고도 규정과 기준이 다르고 합·불합격이 갈리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기업의 일선 현장에서는 발생한다고 한다.

설비의 위험성에 대한 안전문제를 다루는 법은 그것이 어느 부처에서 주관하는 법이든 독일과 같은 ‘기계기구안전법’이라는 기계설비의 안전을 총괄하는 법으로 통일하고 기계가 설계·생산될 때부터 안전성이 철저하게 검토되도록 해야 하는 것을 가상의 사회에서는 기대할 수 있겠다.

승강기, 고압가스설비, 압력용기, 타워크레인 등의 설비마다 법이 만들어지는 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다.

수십년간 반복돼온 부처간 밥그릇 싸움은 가상사회에서는 반드시 없어져야할 병폐다.

기업이 최적화된 경쟁력을 갖도록 통합된 법으로 관리하고 그래서 규제가 대폭 줄면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도록 방향을 틀어주면 되는 것이지 꼭 자기 주관 부처가 해야지만 더 잘할 수 있다는 전근대적 발상은 메타버스 시대에는 벗어 던져야 한다.

이것이 메타버스에 부합한 기술·원칙 등에 대한 사고로 패러다임을 바꾸는, 즉 메타버스 시대에 부응하는 안전보건정책이다.

여기서 사람, 즉 노동자에 대한 언급 또한 빼놓을 수는 없다.

최근 들어 화두가 되는 중대재해처벌법부터 모든 법이 사업주의 처벌을 강화하는 추세다.

노동자가 입사와 동시에 사업주는 모든 책임과 의무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물론 법의 제정 목적이 노동자의 보호에서 출발했으니 사업주의 책임과 의무를 규정함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입사 전에 그 노동자가 사업장에 가서 안전하게 활동할 사회적 의무를 정부가 다했느냐에 생각이 머물면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많이 든다. 
메타버스 시대에는 전 국민의 안전에 대한 인식이 현재처럼 성과에 급급하고 시간에 목숨을 거는, 그래서 안전은 대강 무시하고 적당히 하는 척만 하는 사고방식으로는 가상의 사회를 맞이할 수 없다.

안전이 생활화돼 가정의 안전은 물론이고 학교안전, 사회안전이 지켜지고 거기서 성장한 우리의 아들·딸 들이 직장에 갈 때, 회사의 안전수칙과 개인보호구 착용이 거부반응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을 때 노동자에 대한 기업주의 책임과 의무를 확실하게 따지는 사회가 돼야 한다.

안전한 사회로의 충분한 준비 없이 모든 책임을 사업주에게 물으려 하는 정부의 현재의 발상으로는 노동자도 사업주도 진심으로 승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가 태어나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거치고 초·중·고를 거치면서 안전에 익숙해지고 안전을 생활화해 문화로 승화되려면 정부의 부단한 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어느날 하루아침에 사업주가 안전교육을 시킨다고 해서 노동자가 사무직이든 생산직이든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킬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벌금만 올리고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주만 구속, 징역형에 처한다고 아우성쳐봐야 기업활동만 위축시키고 재해예방에는 직결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전은 문화다. 안전이 생활에 녹아들어 있을 때 문화가 된다.

메타버스 시대의 기술이, 그리고 안전문화가 다함께 자연스럽게 접목되는 그날, 기업주와 노동자, 국민 모두가 함께 행복해하는 그날을 간절히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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