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규 (주)한국산업안전기술단 대표이사

아침저녁 공기가 제법 차가워진걸 보니 이제 가을이 막바지로 접어든 것 같다. 올해도 어느덧 2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다.

2020년 4월 29일 경기도 이천시 소재 물류센터 신축 공사현장 대형화재로 38명의 근로자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건은 우레탄폼 작업과 용접작업을 근처에서 동시에 진행하는 과정에서 우레탄폼 작업 중 발생한   인화성가스에 용접작업 중 발생한 불꽃이 튀면서 발생했다.

인화성가스가 발생하는 장소 근처에서는 불꽃이나 스파크 등 점화원이 될 수 있는 위험요인을 발생시키는 작업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안전업무 종사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기초지식이다. 당시 현장에는 안전관리자를 비롯한 안전관계자들이 있었는데도 왜 사고를 막지 못했을까.

당시 현장 관계자들은 오래 전부터 우레탄폼 작업과 용접작업을 근처에서 동시에 해왔지만 화재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별일 없을 거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작업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또 그런 생각을 한 것은 현장근로자뿐만 아니라 안전관리자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안전불감증이다.

안전불감증이란 안전사고에 대한 인식이 둔하거나 안전에 익숙해져서 사고의 위험에 대해 별다른 느낌을 갖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안전에 대한 주의의무를 느끼지 못하는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안전불감증이 원인이 된 최근 사례로는 지난 6월 10일 광주광역시 소재 건물철거현장에서 발생한 건물붕괴 사건을 들 수 있다.

건물 철거과정에서 건물이 옆으로 붕괴되면서 근처를 지나던 시내버스를 덮치며 무고한 시민 17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사고는 안전불감증에 기인한 허술한 안전관리가 불러온 대형참사라 할 수 있다. 당시 공사 관계자들은 건물 철거과정에서 주변을 통행하는 사람과 차량에 피해를 끼칠 수 있음을 인지하고도 별일 없을 거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철거현장 주변 통행 제한은 물론 당연히 했어야 할 안전조치도 하지 않아 이처럼 어이없는 대형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일상생활 속에서 안전불감증 없이 살고 있을까. 택시를 탈 때 안전벨트를 매는지, 무단횡단을 해본 적은 없는지 되돌아 보면 우리도 안전불감증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안전불감증은 너무나도 넓게 퍼져 있고 그 심각성도 점점 더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사고사망자수는 882명으로 전년(855명) 대비 3.2%(27명) 증가했다. 2020년 통계자료를 기준으로 보면 매일 2.4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고 있다.

안전불감증 때문에 반복되는 사고는 분명 막을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모든 사업주와 근로자가 합심해 안전불감증을 떨쳐 버리고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인식을 공유하면서 안전문화를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나 하나 쯤이야 하는 안이한 생각은 버리고 나부터 안전을 실천해 나간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안전은 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조금만 신경써서 주변을 둘러보면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위험요인들이 하나 둘 보일 것이다. 그러한 위험요인들을 적극적으로 찾아 개선해 나간다면 사고는 자연히 줄어 들 것이다. 더 이상 안전불감증으로 발생하는 사고는 없어야 한다. 모든 일터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곳이 되는 그날까지 우리 모두 안전을 실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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