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빈 한국기술안전 팀장

“함께 갑시다.”

필자는 이 문장을 좋아한다. 이는 마크 리퍼트(전 주한 미국대사)가 2015년 서울 모처에서 신변 안전사고 후 치료 중인 병상에서 전한 내용이다. 손가락에 작은 생채기라도 나면 짜증이 나는 것이 인간의 마음인데 우방국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부상을 입은 사람의 메시지라는 것에 그의 인격을 가늠하게 한다.

우리 주변으로 눈을 돌려 지난해 상반기 산업재해 통계를 보면 1000여명의 누군가의 가족이자 친구인 근로자가 출근 후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5조에서는 사업주는 사업장 및 근로자의 안전보건을 위해 그에 상응하는 활동과 지원을 명시하고 있지만 실상 산업현장에서는 일선의 관리감독자, 안전담당자, 특히 안전관리자에게 그 업무가 집중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의 이윤을 창출하는 생산활동에 비해 근로자의 생명을 지키는 안전관리의 중요성은 외면받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사람의 근로자가 사망이나 부상으로 인해 생산 활동에 손실이 생긴다면 기업은 물론 한 국가의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환경면에서 기업은 근로자의 쾌적하고 안전한 근무환경 확립을, 근로자는 나와 내 동료의 안전한 작업환경 조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하며 작업면에서는 근로자의 작업안전에 대한 지도·감독을, 근로자는 나와 내 동료의 안전수칙 준수와 위험성 발굴에 대한 노력이 하나가 된다면 비극적인 사고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그간 지속된 노동계의 열망과 국민의 여론에 힘입어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내년 1월 27일부터 시행됨으로써 공공기관, 기업들은 정부 시책에 발맞춰 안전관리 전담부서 설치, 안전보건관리를 중요업무로 인식하게 됐다.

안전보건사고는 단순히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경영자는 안전보건 사고와 싸워 이길 수 있는 전략과 전술을 잘 짜야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고 중대재해처벌법이라는 강력한 규제에도 대응할 수 있다. 또 현장의 관리감독자들이 ‘나침반’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요소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는 관리감독자들이 현장 최일선에서 작업을 지시하고 계획하고 안전보건을 감독하는 사람으로서 안전보건을 솔선수범할 수 있도록 회사 내부 안전보건관리규정을 정비하고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는 뜻이다.

근로자는 안전수칙을 준수해 작업시 빨리빨리, 편하게라는 생각을 버리고 회사의 안전경영에 협조하는 것이 재해예방의 첫걸음임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정부도 규제만으로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하며 근로자의 생명을 담보로 이익을 내는 기업에 대해서는 엄정한 처벌을 이행하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에는 적발 위주의 안전보건 감독을 멈추고 소규모 사업장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인력 및 예산을 집중해야 한다.

모두가 어려운 코로나19 시대에 산업재해는 더 이상 기업과 근로자만의 문제가 아닌 정부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다. 힘든 상황에서도 우리 국민에게 “let’s go together”를 전했던 마크 리퍼트의 마음처럼 노·사·정이 함께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데 다같이 동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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