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규 한국종합안전 대표이사

흘러가는 시간을 잡을 수가 없다. 학자들은 인간이라는 동물만이 유일하게 시간개념을 갖고 살아간다고 말한다. 해마다 연말이 되면 새로운 달력을 받아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내년을 준비한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올해를 살고 있는 우리는 올해 마무리까지 잘해야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

해마다 건설현장은 1~3분기보다 4분기에 사고사망자가 많이 발생하는데 추석 연휴를 마치면 올해도 100일 정도밖에 남지 않는다. 많은 건설현장이 이맘 때쯤이 되면 무재해 100일 작전 등 안전활동을 강화하며 사고 예방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

그러면 건설업에서는 왜 4분기에 사고사망재해가 많이 발생하는지 알아보자.

제조업과는 달리 하루하루 날씨 등 기후 의존도가 높고 유관산업이 많은 것이 건설업의 특징이다. 그러다 보니 강우 일수나 폭염, 태풍 ,민원 발생, 철근 등 자재조달, 인력수급 문제 등 예상치 못한 많은 문제들이 공정 진행에 차질을 초래한다.

또한 공정관리 형태를 보면 공사기간이 몇년씩 되는 SOC사업 등 대형현장은 기간개념으로 차질 공정은 연말까지는 맞춰야 하고 중소규모 공사현장들은 해빙기 이후 발주해 연말 전까지는 준공하는 패턴이 가장 많다. 그러므로 공정 차질이 발생했다면 만회대책으로 바쁠 것인데 이러한 상태는 안전관리상 아주 불리한 상황을 초래한다.

첫째 공정 차질이 많은 현장은 조급할 수밖에 없다. 여러가지 만회방안을 수립하겠지만 결국 해답은 각자 입장에 따라 다르게 나온다. 현장을 이끌어가는 관리자 입장에 서보면 투입되는 근로자수를 늘릴 수 있으나 이 방식은 비용의 증가를 검토해야 하고 연장 작업이 필요하지만 주 52시간제의 틀에서 이러한 방식도 녹녹지 않다. 결국 공정 차질을 만회하는 방식으로 택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식은 일일 작업량의 증대방식으로 상·하 동시 작업이나 위험공종의 동시 투입 같은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다.

둘째 이같은 상황에서 근로자의 업무능력은 급상승되는 것도 아니고 단지 할당된 업무를 해낼뿐이다. 전달되는 분위기가 조급해질수록 협조하는 자세가 될 수밖에 없는데 이는 불안전한 행동을 가속시키는 환경이 된다. 바빠질수록 인간의 행동에는 에러가 많이 발생하기 쉬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생략행위나 순서 잘못 이행 등 ‘주의의 실패’다.

또 중요한 것이 안전보호구 미착용 등 위반행위로서 부적절한 행위를 하는 것에도 제재가 없다면 일상화돼 위험도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공정 진행이 바쁘다보니 위반사항을 간섭할 수 없는, 서로가 눈 감아 주는 분위기가 만들어 진다면 현장의 안전수준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최근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돼 안전관리에 대한 사회적인 분위기가 많이 개선되긴 했지만 아직도 사고사망자수가 많은 중소규모 건설현장은 환경변화가 쉽지 않다.

고용노동부에서도 연말 사고예방을 위해 집중적으로 현장감독을 전개하고 있지만 많은 현장을 소화하기는 물리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직접 현장기술지도를 담당하고 있는 건설재해예방전문지도기관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사고 없는 건설현장을 만들기 위해 100여일 남은 2021년을 힘차게 달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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