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우택 한국경총 안전보건본부 본부장

“실효성 있는 규제방식

전환 시급

산재에 취약한

중소규모 사업장

안전관리시스템 구축

적극 지원

안전 중시하는 문화가

정착되도록

안전의식 개선에 힘 쏟아야”

2020년 고용노동부 산업재해통계에 따르면, ‘4대 악성 사고사망’ 유형인 ‘추락’, ‘끼임’, ‘충돌’은 전체 산재 사고사망자(882명)의 56.5%(498명)를 차지했다. ‘질식’은 단 1.5%(14명)에 불과했으나, 최근 10년간 질식사고로 인해 사망에 이르는 비율(53.2%)은 일반 사고성 재해(1.1%)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빈도와 심각성에 있어 압도적인 이 4가지 악성 사망사고를 막는 것이 정부를 비롯한 안전보건공단, 지자체의 ‘산업재해 감소대책’의 요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악성 사망사고는 감소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중증질환 환자에게 단순 진통제만 투여하듯 캠페인성의 단기대책이나 사업주 처벌에만 매몰되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은 아닌지 반문해 본다. 물론 사고예방은 정부의 노력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노사정 모두의 책임이자 노력이 있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4대 악성 사망사고를 포함한 산업재해 감소를 위해 근본적으로 추진해야 할 대책은 무엇일까?

첫째 실효성 있는 규제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지속적으로 사업주 규제와 처벌 수준을 강화해 왔다. 2019년 산안법 전부개정이 대표적인 사례이며,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개정 산안법 시행 이후 뚜렷한 개선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경총 자체조사에서도 전부개정 산안법의 산재예방 효과성에 대해 71.9%가 ‘영향이 없거나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처벌 위주 규제로는 산재 감축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영국이 안전 선진국가로 평가받고 있는 것은 지시·명령형 규제방식의 산재예방 한계를 절감하고, 사업장 자율성을 존중하며 지도·지원하는 정책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처벌위주 규제에서 벗어나, 감독기관이 전문성을 갖추고 기업 특성에 맞는 효과적 현장 지도·지원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대전환해야 한다.

둘째 산업재해에 취약한 중소규모 사업장의 안전관리시스템 구축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근로자의 안전 확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업주의 역할이 중요하다. 다수 기업들이 설비 개선 및 조직·인력 확대 등 안전경영활동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나, 여전히 안전에 대한 투자를 불필요한 비용으로 판단하고 생산을 우선시 하는 현장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기업의 규모가 작을수록 안전에 대한 사업주의 관심도가 낮고 재정여건도 열악하여 산재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가 어려운 상황이다. 산업재해의 약 80%를 50인 미만 사업장이 차지하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결국 산재 감소에 대한 사업주의 의지를 뒷받침할 안전 관련 투자가 중요하다. 노사정이 합의했던 산재예방에 대한 정부의 지원·투자를 대폭 확대하여 중소규모 사업장 안전관리시스템 구축에 활용해야 한다.

셋째 안전을 중시하는 문화가 현장에 정착되도록 안전의식 개선 유도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짧은 시간 압축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었지만, 상대적으로 산업전반의 안전문화 정착은 경제발전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사회구성원의 안전의식 수준은 매우 낮으며 고용부 사망재해 원인분석에서도 안전모 착용 등과 같은 기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사망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안전의식에 있어서는 ‘몸집만 큰 어른’인 셈이다.

산재 감소를 위해서는 사업장 내 모든 구성원들의 안전의식 고취가 절실하다. 정부는 안전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을 위해 안전교육(학교, 사업장 등), 근로자 의무를 재정비하고, 기업 스스로도 현장의 안전불감증 해소 노력을 통해 높은 안전의식을 기반으로 안전한 일터가 조성돼야 한다.

대증하약(對症下藥)이란 말이 있다. 증세에 맞게 약을 써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이라도 정확한 진단을 통해 4대 악성 사망사고를 비롯한 산업재해가 왜 발생하는지 되짚어 보고, 제대로 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이 말을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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