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신 에스이코리아 안전부장

오늘도 우리는 수많은 선택을 하게 된다. 전 세계가 전례 없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그 어떤 선택적 판단에 따라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연출하게 된다.

지난해 4월 29일 경기도 이천 한익스프레스 남이천물류센터 신축공사현장에서 발생한 화재사고. 갑작스러운 강렬한 폭발과 함께 건물 전체를 뒤덮는 검은 연기와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이 화재사고로 사망자 38명이 발생했으며 당시 현장에는 분야별로 9개 업체 소속 총 78명이 일하고 있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폭발음이 최소 10여 차례 들렸으며 건물을 향해 맞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창문으로 뿜어져 나오던 검은 연기가 건물 안으로 도로 들어가 피해가 커진 것 같다고 하며 소방당국은 불길과 매연이 위로 솟아오르면서 유독가스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시 용접팀은 “그래 선택했어. 인화성이 있는 우레탄 작업을 하는 장소하고 멀리 떨어져 있으니 용접 작업을 해도 괜찮을 거야”라고 안전하지 않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지난 6월 17일 경기도 이천 소재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역시 안전에 대한 올바르지 못한 선택이 문제였다고 할 수 있다. 당시 CCTV에는 물품 창고 내 진열대 선반 위쪽 전선에서 불꽃이 이는 장면이 담겼다. 지하 2층에는 에어컨이 설치돼 있지 않아 진열대 선반 위쪽으로 선풍기를 꽂기 위한 전선이 여러 개 지나는데 이중 한곳에서 불꽃이 발생했던 것이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덕평 쿠팡물류센터 화재는 처음이 아니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재됐다. 덕평물류센터 화재 당시 “최초 신고자보다도 10분 더 빨리 화재를 발견한 노동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청원인은 사고 현장을 생생하게 전했다.

청원인은 “사고 당일 1층에서 근무했다”며 “5시 10~15분쯤부터 화재 경보가 울렸지만 당연한듯 경보가 울려도 하던 일을 멈출 수가 없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쿠팡에서 근무하면서 잦은 화재 경보 오·작동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사고 당일에도 화재 경보가 울리자 이 또한 오·작동이라고 여긴 청원인은 5시 26분쯤 퇴근 체크를 했다. 또 1층 입구를 향해 내려갈 때 1.5층으로 이어지는 층계 밑쪽에서 가득찬 연기를 목격했던 것이다. 이에 “함께 목격한 퇴근하던 심야조 동료분들은 ‘진짜 불이다’, ‘불난 것 같다’며 입구까지 달리기 시작했다”며 “화재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는 동료들이 있어 몇번이고 ‘진짜 불이 났다’고 소리쳤다고 한다.

청원인은 “관리 관계자들을 믿고 화재 제보와 조치 요청을 하려던 그 시간에 차라리 휴대폰을 찾아서 신고를 했더라면 이런 대형화재로 번지기 전 초기 진압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며 심경을 토로했다. 아울러 3년 전에도 덕평 쿠팡물류센터에서는 화재사고가 있었지만 화재발생 제보에도 불구하고 화재발생 경보기의 빈번한 오작동으로 습관화된 보안요원에게 경보기 오작동이라고 선택적 판단을 하게 된 원인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화속의 양치기소년 이야기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화재도 전염병과 같아서 골든타임을 놓치면 급속하게 확대되고 완전진화에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화재는 신속한 신고와 진압도 중요하지만 사전예방에 역점을 두고 화재 발생 현장에서 위험요인을 자신이 통제할 수 없다면 가장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안전한 장소로의 신속한 대피가 중요하다.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우리 스스로가 화재 등 위험상황에서 자신과 타인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안전한 선택을 해 예고 없이 찾아오는 산업재해나 화재로 부터 불행을 막아 모두가 안전하게 살아가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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