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선형 산업안전·보건지도사협회 건설이사·생명안전연구소 소장

2020년 5월 1일 시행된 건축물관리법 제30조에 의하여 건축물을 해체·철거할 경우 해체계획서를 작성하여 해체공사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건축물관리법 제51조 제1항 제9호에 의해 ‘건축물의 해체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건축물을 해체하다가 공중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 자’는 10년 이하 징역, 1억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됐다. 그러나 법이 신설되고 시행된 이후에도 해체철거작업 등 사고사망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달 9일 광주광역시 학동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붕괴돼 버스정류장에 멈춰선 버스를 덮쳐 사망 9명 등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정부는 광주 학동 붕괴사고 다음날 전국 철거현장 신속점검을 지시하고 그 다음날 광주학동붕괴사고조사를 위해 ‘중앙건축물조사위원회’를 구성·운영을 발표했다.

조사위원회는 당연히 건축물 해체 철거시 붕괴사고의 원인을 철저하게 조사해 규명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강구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런 조사와 대책이 없어서 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아니다.

사고의 원인을 조사하고 대책을 세우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대책의 현장 작동성이다. 이미 기존의 법규와 대책만으로도 이번 사고는 예방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사고는 일어났다.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개선해야할 것인가?

광주학동 붕괴사고의 원인이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조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겠지만 십중팔구 해체계획서대로 공사가 진행되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이미 언론에서 언급되고 있듯이 위층에서부터 철거하라는 해체계획서 철거순서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건물 철거 잔해물 또한 한쪽에 집중적으로 쌓아놓으면서 하중배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철거공사 사고를 방지키 위해 해체계획서도 있고 해체계획서대로 작업이 진행되는지를 감시하는 감리도 있는데 왜 해체계획서대로 진행되지 않았을까?

법규에서 정해진 해체계획서 작성 검토 따로, 현장철거작업 따로, 철거감리 따로 원청 따로 하청 따로 재하청 따로 등 철거작업의 계획부터 시공‧감리까지 각 분야 작업자들은 각자의 일에 충실했을 수도 있다.

그들만의 방식으로 작업에 대한 서로의 생각과 지식에 대한 관심이 없어 결국 사고가 일어났다.

여기 우리가 찾고자 하는 답이 있지 않을까?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하며 경제성과 효율성만 생각할수록 안전은 멀어진다 ▲작업분야가 분리될수록, 공정이 겹칠수록 안전은 멀어진다 ▲각 분야의 의사소통이 형식적일수록 안전은 멀어진다 ▲책임소재가 불명확할수록 안전은 멀어진다.

이렇게 멀어진 안전은 반드시 사고로 연결된다. 안전의 현장 작동성은 이렇게 멀어질 수 있는 안전을 가까이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안전을 가까이 하는 방법은 많겠지만 아래 세가지만 제대로 작동돼도 건설현장 안전사고는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첫째 적정 공사금액과 적정 공기가 이뤄져야 한다. 즉 국토부와 안전보건공단은 건축물의 용도와 규모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적정 공기산출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좀더 세분화되고 구체적인 산식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둘째 분야‧공정별 실질적인 의사소통 확보가 시급하다. 국토부, 고용노동부 등의 중복적이고 형식적인 협의체회의를 일괄 운영하고 작업 전 안전점검, 작업 후 위험성평가 등을 일상화하는 방법 전파 및 SNS 등을 통한 사고사례 전파, 각 공정별 핵심 위험요인 공유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안전에 대한 업무분장과 책임소재가 명확해야 한다.

즉 안전은 안전관리자만의 업무가 아니라 건설현장 모두의 업무다. 가능한 세부사항까지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고 각자가 해야 할 일에 대해 명확히 인식토록 한다. 또 책임소재 미지정 사항 발생 즉시 조치자 및 책임자를 지정해야 한다.

최근 몇년동안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고 산업재해에 대한 각종 법규 및 절차가 강화되고 있는 중에도 산업재해사고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산업재해 사고사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건설현장은 바뀌는 법절차와 각종 관련서류 준비, 관련부처의 불시 안전점검에 대처하느라 정신을 못차릴 정도다.

그러나 아무리 법이 개정되고 절차가 강화돼도 현장에서 작동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정부에서는 적정한 공사금액과 공사기간 산정을 위해 더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데이터를 제시해야 한다.

또 건설회사 본사는 건설현장에 관여하는 모든 이들이 안전을 자기업무로 받아들이며 각자 맡은 안전업무에 책임을 다하도록 시스템을 운영해야 하며 건설현장 작업자들은 안전전검과 위험 공유를 일상화해야 건설현장의 안전이 제대로 작동될 것이다. 그렇게 작동되기 시작해야 건설현장의 사고 감소가 가시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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