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안실련 공동대표

문재인 정부는 국민생명 지키기를 통해 산재 사망자를 500명까지 줄이겠다고 했다. 남은 임기동안 노동자 안전만을 생각하며 향후 10년을 내다보고 산재 감소 목표 달성이라는 매듭을 풀어 나가야 한다. 교통사고 감소 사례에서 보듯 중대재해처벌법 후속 입법을 안전의 눈높이에서 대폭 강화하고 산재예방기금 확대 약속을 지켜야 한다.

476명의 생명을 앗아간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한 대한민국’을 기치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채 1년도 남지 않았다.

출범과 함께 발표한 20대 국정전략에 국민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안심사회를 발표하고 이듬해 신년사를 통해 교통사고, 자살, 산업안전 등 3대 분야 사망 절반 줄이기 프로젝트를 공식 발표했다. 목표는 교통사고 사망자를 2016년 4292명에서 2022년 20000명으로, 자살자는 동기간 1만3092명에서 8727명으로, 사고성 산업재해 사망자는 969명에서 500명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 성적표를 잠시 살펴보자. 2019년 자살자는 1만3799명이다. 무려 700명이 넘게 늘었다. 2020년 사고성 산업재해 사망자는 882명이다. 87명이 줄었다. 교통사고 사망자는 3079명이다. 1200명 넘게 줄였다.

그렇다면 왜 교통사고 프로젝트의 사례와는 달리 자살과 산업재해는 늘거나 제자리걸음에 그치고 있는 것일까?

자살은 사고성 재해인 교통사고와 산업재해와는 구조적으로 성격이 다를 수 있으므로 제외해 놓고 보자.

교통사고와 산업재해 2가지의 프로젝트에는 어떤 차이가 있기에 지금의 결과를 보일까? 과연 교통사고 프로젝트는 성공하고 산업재해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실패할 수밖에 없었을까?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겠으나 필자는 그 차이를 ‘파격’이라는 단어로 설명하고 싶다.

지난 2018년 9월 대학생이 만취 음주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여 뇌사상태에 빠졌다 끝내 사망한다. 이 사고를 계기로 현재 음주운전 단속기준이 0.05%에서 0.03%로 낮춰졌고 음주운전 사망사고는 최저 3년 이상의 징역, 최고 무기징역까지 처하도록 하는 소위 윤창호법이 시행됐다. 시행 이후 2018년 346명이던 음주운전 사망자는 2019년 295명으로 10% 이상 줄었다.

2019년 9월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9세 어린이 사고를 계기로 스쿨존 과속단속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고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가 사망할 경우 최저 3년 이상의 징역, 최고 무기징역까지 처하도록 했다.

내년 1월 27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보자.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법인에게는 최대 50억 이하의 벌금을 부과토록 하는 것이 골자다.

경영계의 극심한 반발 속에서 산업재해가 주로 발생하는 5인 미만의 기업을 제외했다. 사업주에게 형사처벌의 면제권을 부여키 위해 경영책임자를 포함하는 악수를 뒀다. 파격보다는 타협을, 안전보다는 경제를 택한 것이다.

정부는 산재예방사업을 수행키 위해 회계연도마다 기금지출예산 총액의 100분의 3 범위에서 정부의 출연금으로 세출예산에 계상해야 한다. 그러나 2006년부터 최근까지 10분의 1 수준인 0.3%, 100억원 미만에 그치고 있다. 2006년과 2008년 노사정위원회는 산재예방사업비에 대한 국고지원 규모를 기금지출예산 총액의 3%를 목표로 연차적으로 확보토록 합의했다. 현실은 단 한푼도 증액되지 않았다.

이쯤되면 왜 교통사고 사망자는 감소하고 사고성 산업재해 사망자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지 이해되지 않는가?

결자해지라고 했다. 일을 맺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생명 지키기를 통해 산업재해 사망자를 500명까지 줄이겠다고 했다. 남은 임기동안 노동자 안전만을 생각하며 향후 10년을 내다보고 산업재해 감소 목표 달성이라는 매듭을 풀어 나가야 한다.

교통사고 감소 사례에서 보듯 중대재해처벌법 후속 입법을 안전의 눈높이에서 대폭 강화하고 산재예방기금 확대 약속을 지켜야 한다. 파격적이어야 산업재해가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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