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선 가톨릭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장

지난 2월 26일 코로나19 백신접종이 처음 시작된 이래 지난 26일까지 전 국민의 7.7%에 해당하는 394만2000여명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다. 현재 백신접종은 60세 이상 고령자, 보건의료인, 돌봄종사자, 소방관과 경찰관 등의 사회필수인력 등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학교의 특수교사 및 보건교사도 우선접종 대상자에 포함돼 백신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우선접종 대상군은 감염 취약계층, 대중 접촉이 많아 감염 및 전파의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이다. 

그러나 사업장의 보건관리자 및 중소규모 사업장을 방문해 보건관리를 수행하는 직업건강 담당자들은 아직까지 백신접종을 못한 상태다. 

직업건강 담당자가 코로나19 백신 우선접종 대상자에 포함돼 빠른 시일 내에 백신접종을 시행해야 할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직업건강 담당자들은 대부분 근로자와 대면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업장에서 근로자와 접촉빈도가 가장 많은 인력이 직업건강 담당자들이다. 특히 코로나19가 의심되는 근로자는 가장 먼저 보건관리자 등의 직업건강 담당자들에게 연락을 하게 된다. 직업건강 담당자들은 감염에 노출될 위험이 매우 높은 상황이므로 백신 접종이 시급하다.

둘째 근로자 중에는 근무지역과 주거지역이 다른 경우가 많다. 근로자의 감염은 직장이 위치한 지역뿐 아니라 근로자의 주거지역으로 확산되고 퇴근 후나 주말에 지역사회로 전파될 가능성이 높다.

또 근로자를 통해 자녀가 통학하는 학교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근로자가 확진되면 직장에서 가정으로 전파되고, 가정에서 학교 및 지역사회로 확산될 수 있다. 따라서 직업건강 담당자들이 신속하게 백신을 접종해 사업장 내에서 감염예방을 위한 업무를 적극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중소규모 사업장 보건관리를 수행하는 직업건강 담당자들은 하루에도 여러 사업장을 방문해 보건관리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근로자를 직접 만나 보건교육 및 건강상담 등을 수행하기 때문에 이들이 감염되면 근로자에게 전파시킬 위험이 매우 높다. 직업건강 담당자가 확진자가 되면 이들이 방문했던 모든 사업장들이 폐쇄되고 업무가 중단돼 사업장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넷째 중소규모 사업장에는 외국인 근로자, 고령 근로자들이 많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감염에 취약한 고위험군이다. 특히 이들은 건설현장에 많이 취업해 있는데 건설현장 업무 특성상 일용직 근로자가 많이 근무하고 있어서 매일 매일 출근하는 현장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국 곳곳으로 바이러스를 전파시킬 위험이 높다.

직업건강 담당자에 대한 백신접종은 고위험 근로자에 대한 안전한 접근을 보장하는 것이므로 보건업무 수행의 접근성과 안전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다섯째 코로나19 집단면역에 도달하려면 백신접종자가 70% 이상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근로자들이 백신접종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취업인구는 전체 인구의 52%를 차지하기 때문에 근로자가 백신접종에 참여해야 집단면역이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필자가 지난 3월 조사한 바에 의하면 근로자의 48.2%만 백신접종에 참여하겠다고 밝혔고 나머지 51.8%는 접종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응답과 다른 사람이 접종한 것을 관찰한 후 접종에 참여하겠다고 응답했다.

근로자 보건관리업무를 수행하는 직업건강 담당자가 백신을 접종해 백신접종의 효과를 입증하게 된다면 백신에 대한 근로자의 신뢰도가 향상돼 근로자의 접종 참여율 향상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에서는 고용노동부에 직업건강 담당자들에 대한 백신접종이 필요함을 건의한 바 있다.

근로자를 대상으로 보건관리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사업장의 보건관리자, 보건관리전문기관 종사자, 근로자건강센터 직원, 소규모 사업장 보건관리기술지도요원 등 직업건강 담당자에 대한 코로나19 백신접종이 신속하게 이뤄져 코로나19를 극복하는데 큰 기여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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