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식 수직보호망협회 사무국장

건설공사에서 사용되는 방망은 수직보호망, 추락방호망, 낙하물 방지망, 수직형 추락방망(이하 ‘방망’이라 한다)이 있다.

방망은 지난 2017년까지 고용노동부의 안전인증(KCS)에 해당됐으나 2018년 산업안전보건법 등의 개정을 통해 안전인증 대상에서 제외하고 대신 ‘산업표준화법’에 따른 한국산업표준에서 정하는 성능기준에 적합한 것을 사용토록 했다. 그 개정 이유로 “해당 업계의 부담완화 및 신제품 개발에 대한 유연성을 향상시키기 위함이다”라고 밝혔다.

위 법률이 개정된 지 3년이 지난 지금 정부의 바람대로 업계의 부담 완화, 신제품 개발에 대한 유연성이 향상됐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먼저 부담 완화 측면을 보면 KCS 인증 비용은 매년 30만원 정도 발생했으나 KS 인증 비용은 매년 200만원 정도가 된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현재 낙하물방지망과 수직형추락방망이 KS 인증 지정품목과 인증기관이 지정돼 있지 않는데 있다. 따라서 업체는 성능기준에 적합한 제품인지 확인을 받기 위해 KOLAS 시험성적서를 받고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시험성적서를 매번 다른 현장에 납품할 때마다 받아야 된다는 것이다. KS와는 달리 성능기준은 해당 제품에만 적용되는 것이다 보니 매번 받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문제는 그 비용이다. 업체는 납품시마다 인증비용으로 140만원을 인증기관에 납부하는데 2020년 A업체는 그 비용으로 약 3000만원을 납부했다고 한다. KCS가 있을 때 30만원만 부담하면 될 것을 100배의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문제를 해결키 위해 해당 부처에 민원을 제기했으나 다른 부처 소관이라는 답변만 되돌아 왔다. 

업체는 매년 3000만원 가량을 부담하면서 물품을 공급하고 있다. 그러니 해당 업체들은 직원복지나 근무환경시설에 투자하던 비용들을 줄여 그 공백을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다음으로 ‘신제품 개발에 대한 유연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정부의 바람과는 달리 신제품을 개발한 사례는 없고 대신 비용 절감을 위해 중금속이 가득한 방망이 판을 치고 있고 있다. 친환경 프탈레이트, 안료가 아니라 값싼 것을 사용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

이들 제품은 성능기준은 충족하고 있어 법에 위반되거나 저촉되는 문제는 없다. 더욱이 방망에 대한 안전기준이 별도로 있지 않아 더더욱 그렇다. 가격이 저렴한 덕분에 이같은 제품들은 점점 많이 팔리고 있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현장 노동자들이나 인근 주민의 몫이다.

문제는 또 다른 곳에도 있다. 바로 성능기준에 적합하지 않는 망을 사용하는 것이다.
중금속 망과 가격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방망 원재료 값도 절감해야 된다. 공사기간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3년인데 그런 망들은 불과 1개월이 지나면 쉽게 찢어진다. 이 역시 그 피해 또한 온전히 현장 노동자들과 지역 주민의 몫이다.

특히 수직보호망은 공사현장에서 나온 먼지를 막는 기능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성능기준에 적합하지 않는 방망은 이 역할을 전혀 할 수 없는 것이 문제다. 이런 망들이 유치원 신축현장이나 학교 개보수 공사현장에 사용되고 있어 어린 학생들의 건강마저 해치는 사실에 수직보호망협회를 이끌어가는 사무국장으로서 자괴감마저 든다.

요즘 ‘산업안전보건법 등을 개정해 정부가 얻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개정 당시에 어떤 이유로 개정했는지 알 수는 없으나 지금의 상황을 고려할 때 KS 성능기준만이 아니라 KS 인증기준에 적합한 방망이 사용되도록 하루 빨리 관련 법령을 개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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