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민 한국교육연구소 이사장·전 한국복지대학교 총장

안전문화에 기초한 민주주의의 이상 

민주주의 이상은 인간 존엄성(Human Dignity)의 실현에 있다. 따라서 민주국가에 있어서 모든 발전은 궁극적으로 인간 존엄성의 실현으로 귀결돼야 한다. 그렇게 돼야 비로소 발전을 위한 우리의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된다.

인간 존엄성의 실현은 우선 생명의 안전이 보장되는데서 출발한다. 그러나 우리는 목숨만을 보존하는 존재로 살 수는 없다. 우리가 갖고 태어난 잠재능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잠재능력을 계발해 최선아 실현(最善我·Best Self-Realization)이 가능해질 때 인간 존엄성의 실현은 완성된다.

인간 존엄성의 실현이라는 민주주의 이념에서 볼 때 안전문화와 제도는 최선아 실현을 위해 우리의 생명을 우선 안전하게 보존해 주는 문화적 토대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생명을 지켜주는 안전문화는 서구 민주 사상의 기저를 이뤄왔던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의 안전문화 뿌리는…

동양의 인본사상에서도 이를 분명히 드러내지 못했지만 안전문화의 뿌리는 깊이 박혀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옛날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배우던 사자소학(四字小學)에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눈에 띈다.

신체의 모든 것은 부모님께서 물려주신 것이요(身體髮膚 受之父母) 이를 감히 훼상하지 않는 것이 효의 출발점이며(不敢毁傷 孝之始也) 입신하고 도를 행해 후세에 이름을 떨치게 돼(立身行道 揚名後世), 이로써 부모님의 이름을 세상에 드높이게 되면 효를 완성하게 된다(以顯父母 孝之終也)는 것이다.

서구 민주주의의 인간 존엄성 사상과 동양의 인본주의 사상간에 일맥상통함을 발견할 수 있다.

신체를 온전히 보전함이 효의 출발이라는 사상은 생명의 안전을 제일로 생각하는 서구의 인간 존엄성 사상과 상통하는 것으로 생각되며 입신양명한다는 의미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자신의 도를 세우고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란 점에서 서구의 최선아 실현과 매우 유사한 뜻으로 이해된다. 

전통에 기초한 안전문화 실현

우리는 옛날부터 ‘신체발부는 수지부모’라는 생각으로 어려서부터 신체를 다치지 않고 병들지 않게 하는 것이 매우 소중함을 훈육했다. 잠자리와 음식 섭취를 안전하게 하도록 어린이들에게 가르치고 위험한 행동과 작란을 하지 않도록 가르쳤다.

더 나아가 학문을 닦고 수신해 사회 발전에 크게 이바지 하도록 자녀들을 교육했다. 조선시대의 중요한 토목공사를 살펴보면 안전을 위한 기술의 개발과 실명제 적용의 사례를 다수 찾아볼 수 있다.

안전에 대한 이러한 전통은 일제의 역사 단절로 근대화 과정에서 명맥이 끊기고 현대화되지 못하게 됐으며 최근에야 서구적인 안전문화가 수입되고 정립되기 시작했다.

동서의 인간 중심 또는 인본사상에 이처럼 안전에 대한 깊은 사상이 뿌리 박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 전통의 가치를 이어받지 못하고 서구적 이론에만 편향된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인본중심 사상의 뿌리를 되살려 현대사회의 안전문화로 꽃피우려는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우리의 전통에 뿌리를 둔 인간 존엄성이 진실로 성취되는 민주사회를 실현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가정에서부터 학부모들이 우리의 사상과 문화에 기초한 생명의 존엄성과 안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이를 실천하는 노력을 함과 동시에 학교와 산업사회에서도 제도적으로 이를 실현키 위한 풍토를 새롭게 조성해 나가야 한다.

저작권자 © 안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