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재)한국산업훈련협회 본부장

현대사회에서 일은 성인들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적인 것이다. 일은 생활에 필요한 경제적 대가를 공급해 줄 뿐만 아니라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심지어 사회에서 개인의 가치를 결정하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이렇듯 현대사회에서 일이 갖는 의미가 크다고 하는 것은 바꿔 말하면 그 일을 잃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생활의 변화와 충격을 가져올 것인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또일은 개인적으로 경제·사회·심리적으로 삶을 지탱해 주는 원동력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그 사회를 발전시키고 이끌어 나가는 근원이라 할 것이다.

이렇듯 일이 갖는 의미가 중요할수록 반대로 ‘퇴직’이 주는 충격과 변화 역시 크고 중요한 것이다. 퇴직이란 개인이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로부터 물러나는 사건 혹은 과정·제도를 의미한다.

퇴직은 공식적으로 한 개인의 직업적 역할이 끝난 것으로 인정되는 절차이자 생활 주기상 노년기로 들어서는 분기점이 되는 중요한 사건이기도 하다.

그러면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퇴직현황은 어떠한가? 주된 일자리에서 평균 54.1세에 1차로 퇴직하고 그로부터 14년 후인 68.1세에 노동시장에서 완전 퇴장하는 2차 퇴직을 한다는 통계가 나온 지도 오래돼 지금은 80대는 물론 심지어 90대 노인들까지 현역으로 땀 흘려 일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서 말하는 ‘주된 일자리’란 생계를 위해 오랜기간 고용돼 몸담았던 직장이나 스스로 꾸리고 있던 사업체를 말하는데 그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을 한 1차 퇴직자들은 그 후부터는 주로 임시·일용직으로 일하는 것이 일상이며 비록 상용직이라 하더라도 이전의 주된 일자리 보다는 임금이나 대우면에서 더 낮은 일자리에서 종사하는 경향이 많다. 즉 노무를 제공하며 생활하는 고령층의 대부분은 저임금 직종에 처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퇴직문제는 지금 젊은 세대들에게는 더욱 심각하게 다가올 것으로 예측된다. 과거보다 훨씬 더 오래 살게 됐지만 공식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기간은 별로 늘어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현재의 젊은 세대들은 수명이 더욱 연장됨에 따라 더욱 불안정한 노후를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많은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갈수록 조기퇴직의 고통, 강제퇴직의 고통, 준비 없는 퇴직의 고통, 역할 없는 퇴직의 고통에서 자유롭지 못한 당면한 노인세대의 문제와 현재 젊은 세대들이 겪게 되는 앞으로의 문제는 퇴직교육 또는 노인교육의 필요성에서 접근해 봐야 할 것이다. 어떻게 늙어 갈 것인가 하는 문제는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의 문제만큼이나 중요하다.

우리는 누구나 언젠가 노인이 된다. 누구도 노인이 되는 것은 막을 수는 없다. 여기서 파생되는 문제는 당사자들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같이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에게도 무거운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과제로 와닿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키 위해 국가의 각종 시스템을 활용해 사전 교육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첫째 노인세대들이 과거에 습득해온 지식과 기술은 화석화 돼감에 따라 재적응 현대화 교육이 요구된다.

둘째로 창조적인 노년기 대비를 위해 자기계발과 삶의 새로운 의미 발견을 위한 교육이 요구된다.

셋째로 세대간 공감대가 축소되고 가치관이나 생활양식의 격차가 커짐에 따라 접촉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이를 완화할 수 있는 교육적 노력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내용은 취업을 위한 교육과 취업기회의 확대다. 활동적인 노년과 사회 참여를 통한 성공적 노화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노년기에도 가능한 일과 역할의 제공이다. 노년의 일은 사회적 만족감과 의미 있는 역할 제공뿐 아니라 노년의 경제적 안정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과거에 비해 평균수명이 연장되고 노인들의 전반적인 건강상태가 많이 향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정규적인 일자리에서 밀려나야 하는데 이때가 자녀 출가 등으로 지출이 많아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건강하고 일을 계속할 능력을 가진 노인에게 재취업 및 재배치의 기회를 제공키 위한 국가적인 노력이 요구 된다. 평생 동안 쌓아온 경험과 기술을 노년기 본인은 물론 사회를 위해 지속적인 기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임시·일용직, 상용직이라 하더라도 이전의 주된 일자리 보다는 임금이나 대우면에서 더 낮은 일자리가 아니라 노년층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알찬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구직의 자신감을 고취할 수 있도록 구직활동에 필요한 제반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체계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간과해서 안되는 문제는 고령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의 문제다. 젊은 시절부터 해오던 익숙한 일이 아닌 또 다른 일을 하는 과정에서 위험에의 노출문제는 고령근로자들이 많은 이 시점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는 곧 함께 살아가야 하는 젊은이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전쟁의 폐허, 가난 극복, 산업화 단계에서 수고한 당사자들인 노인들이 건강과 능력이 있는 한 제2의 현역으로서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사회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안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