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호 현대중공업 기술자문

코로나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그동안 방역시스템을 보강하고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과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하에 다양한 정책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벌써 1년째 일상을 파고들어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코로나 정국은 기업경영과 민생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안전보건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전남 광양에 소재한 제철소에서 폭발사고로 근로자 3명이 숨지고 인천의 소규모 제조업체에서 폭발사고로 9명의 근로자가 사상을 당하는 등 대형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산업재해 사고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가 위협을 받는 형국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 개정돼 올 1월부터 시행됐지만 아직 눈에 띄는 산업재해예방 성과는 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사고예방을 위한 사업주의 안전보건활동이 어느때보다 중요시되고 시급하지만 코로나19 확산사태는 이를 녹록지 않게 하고 있다.

경영난을 호소하는 사업장에 산재예방을 명분으로 강도 높은 규제방식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사업주가 스스로 안전관리조직을 강화하고 안전투자를 확대하는 등 자율안전관리활동을 촉진하리라는 기대도 갖기 어렵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하고 산업재해가 늘어나면 기업의 경영난은 가중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코로나19 확산으로 안전활동이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작업자가 작업표준에 정해진대로 안전수칙을 지키며 작업할 수 있도록 사업주나 관리감독자가 개입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집단감염사태를 고려해 여러 작업자가 이합집산하지 않고 복잡한 시스템이나 기술적인 개선없이도 당장 손쉽게 실행할 수 있는 안전활동은 무엇일까?

바로 TBM(Tool Box Meeting)이 정답이다.

현행 근로자 정기 안전교육은 생산직 기준으로 월 2시간, 연 24시간을 사업주가 시키도록 돼 있다.

코로나 확산은 현실적으로 이를 어렵게 한다. 사업주는 비대면 온라인교육으로 전환하거나 불법 또는 편법으로 처리할 공산이 크다.

그런데 좀 더 생각해 보면 월 2시간의 집합형태 안전교육이 근로자 안전의식 함양이나 재해예방에 도움이 될까 하는 의문이 든다.

안전교육은 ‘Education’이 아니라 ‘Training’이다.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작업에 대한 실무와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안전교육이다.

이런 이유로 근로자 안전교육을 법으로 정해 사업주 의무로 규율하는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도 있다. 

그런데 TBM은 작업 시작 전에, 같은 작업을 하는 소수의 작업자들끼리, 올바른 작업방법과 작업 위험성을 토론하고 보호구와 복장의 상태를 점검하며 스트레칭으로 몸을 푸는 안전활동이다.

작업자별 당일 작업배치도 이때 이뤄지고 전날 작업시 있었던 작업 불일치 사항이나 전에 발생한 아차사고사례(Near Miss)도 이 자리에서 전달되고 반복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한다.

이만한 근로자 안전교육은 없어 보이지만 사업주가 실시해야 하는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한 근로자 정기 안전교육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에 TBM 인정제도를 도입해 사업장 자율의 TBM활동을 근로자 정기교육으로 인정하고 활성화를 촉진할 것을 제언한다.

사업장간 또는 부서간 실행방법이나 내용면에서 편차가 있을 수 있다. TBM활동이 일정수준 이상에 도달한 사업장에 인정서를 주고 정기적으로 활동수준을 확인해 인정을 유지하는 사업장에 한해 안전교육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또 소규모 후발 사업장을 위해 TBM활동 표준서나 교육기회를 제공하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사업장별로 업종이나 제품에 따라 부서별로 하는 일이나 사용하는 설비에 따라 작업특성이나 위험성이 다른데 정기적으로 사업주가 실시해야 하는 획일적인 안전교육은 법적으로나 언택트(untact) 코로나 시대에 비춰 보나 자연스럽지 않다. 기업이 스스로 하게 하고 잘할 수 있도록 촉진하면 된다. 그것이 TBM이고 TBM 인정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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