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탁 전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교육원 교수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라는 지시를 대통령이 했고 여야 모두 반겼으며 국민들도 환호했다.

아마도 살아있는 권력의 눈치를 보고 그 위세에 눌려 잘못을 보고도 올바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던 과거의 어두운 그림자를 의식하고 이대로 둘 수는 없고 공정과 정의를 추구하자는 정책이 행동으로 나타났기 때문일 것이다.

죽은 권력도 수사하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용기와 공명심이라면 당연히 죽은 권력은 수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래서 오로지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라고 외친다.

그럼 왜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해야하는가? 살아있는 권력은 불공정과 불의에 타협하기 쉽기 때문에 이를 미연에 방지코자 하는 예방적 효과를 노린다.  

물론 잘못을 한 사람은 지위 고하나 권력이 있고 없고를 떠나 평등하게 벌을 받아야 한다는 지극히 원론적인 이론을 실현코자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살아있는 권력이 주어진 기간을 마치는 동안 아무런 잘못 없이 임무를 완수하고 박수를 받으며 떠나고 더 이상 법의 부름을 받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키 위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는 것이 ‘살아있는 권력의 수사’다.

그러나 여기서도 ‘살아있는 나’, ‘살아있는 우리 편’에 대한 수사에 대해서도 흔쾌히 수용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앞서야 이 당연한 논리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권력은 우리 서민들과 거리가 있으니 이 정도로 하고 우리들의 삶과 직결된 안전과 위험에 대해 생각해보자.

그들이 권력을 말할 때 우리는 우리들의 주제로 바꿔 생각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부화뇌동하기 보다는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할까?’,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할까?’를 생각해야 한다.

우리 주위에는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근로자들이 일하는 산업현장에도 해묵은 위험이 사라지지 않고 활개를 치고 있다. 모두 ‘살아있는 위험’이다.

살아있는 위험을 하나씩 살펴보자. 먼저 높이다.

살아있는 위험인 높은 높이는 낮은 높이로 만들어 위험을 통제할 수 있다. 건설현장에 있는 10m, 30m, 50m의 위험은 발판이나 안전띠, 안전망으로 낮은 높이로 무조건 만들어야 한다.

살아있는 위험에 회전체가 있다. 한동안 사회적 문제로 대두돼 이제는 사라져야 하는 컨베이어 벨트에 말려 들어가는 사고는 아직도 근절되지 않고 있으니 살아있는 위험인 회전체는 작업시 전원을 차단해 통제하면 된다.

살아있는 위험에는 위험기계·기구가 있다. 접근이 쉬운 위험기계·기구에는 안전장치를 부착해 통제해야 한다.

살아있는 위험에는 전기도 있다. 감전사고를 예방키 위해 살아있는 전기를 통제하면 된다. 언제나 차단기를 내리고 작업하는 것이 필요하다.

살아있는 위험 가운데 또 하나인 타워크레인의 낙하 위험은 타워크레인의 하부에 작업자가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통제가 필요하다.

유해화학물질이 살아있는 작업장에서는 국소배기장치로 유해화학물질이 발붙일 공간을 주지 말아야 한다. 살아있는 위험인 산소가 부족한 밀폐공간에서는 공기공급용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작업지점에 공기를 불어 넣어 통제하면 된다.

이처럼 우리 주위에 널려있는 살아있는 위험을 통제하는 일에 한시라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또 하나 살아있는 위험인 화재가 있다. 겨울이 닥치니 더더욱 통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가연물을 치우고 불씨를 만들지 않고 불연성 자재로 작업을 하는 통제가 절실하다.

여기서도 ‘살아있는 나, 살아있는 우리’에게 엄격하지 않을 가능성이 너무 많은데 이렇게 저렇게 해이해지다 보면 위험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살아있는 위험을 통제하기보다는 무관심하게 있거나 이런저런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다가 불행을 맞는 경우를 보면 너무 안타깝다.

언젠가 세월이 흘러 생활전선에서 물러날 때 아무런 탈없이 건강한 몸으로 돌아와 여생을 마치려면 지금부터 살아있는 위험을 통제해야 한다.

살아있는 권력의 수사가 정의와 공정한 사회를 만들듯 살아있는 위험을 통제하는 지혜를 발휘해 실천하고 행동하면 나와 가족의 행복을 지킬 수 있다. 

검찰은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고 우리는 살아있는 위험을 통제하면 정의롭고 행복한 사회가 찾아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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