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민 한국교육연구소 이사장/전 한국복지대학교 총장

복지사회 이상과 안전문화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기를 소망한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의식주를 포함한 여러가지 삶의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이 중에서 가장 먼저 충족돼야 하는 조건은 생명이 위험으로부터 안전해야 된다는 점이다. 물질적으로 아무리 풍족하고 의식주에 부족함이 없다 하더라도 목숨의 보존이 전쟁터와 같이 위협을 받는다면, 우리는 더 이상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산업재해와 교통사고 및 기타 안전사고로 생명과 재산을 잃고 있다. 전쟁터 이상으로 인명과 재산상의 피해가 일어나고 있다.

현대사회가 아무리 물질적 풍요를 구가한다고 해도 이같은 추세로 인명과 재산의 피해가 증가해 간다면 누구도 불안 심리로부터 해방될 수 없을 것이다. 생명과 재산의 안전을 보장하는 사회·제도적 장치와 이를 가능케 하는 안전문화의 정착 없이는 삶의 기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안전한 삶, 나아가 복지사회의 기반으로서 안전문화를 생각해 본다.

안전사고로 얼룩진 선진 복지사회

현대사회에서 의료보험, 고용보험, 퇴직연금제도 등은 선진국들의 대표적인 복지제도로 인식된다. 이 모든 제도의 근본 취지는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보장해주는데 있다. 이러한 제도가 의미있게 실현되려면 우선 생명의 안전이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각종 안전사고가 빈발해 마치 전쟁터와 같이 우리의 생명이 위협받는다면 선진국은 커녕 이 모든 복지제도가 의미를 상실할 수밖에 없다.

최근 몇년간 인명을 손상케 하는 대형사고가 계속돼 왔다. 항공기 추락사고, 세월호 등의 선박 침몰 사고, 폭발성 인화물질 화재사고, 건설현장 붕괴사고가 계속돼 왔고 성수대교 붕괴 사고 이후 생명과 재산에 대한 사회적 불안 심리가 고조되면서부터 정부도 획기적인 안전대책 마련을 서두르게 됐다.

이러한 가운데 대구 가스폭발사고는 국민들에게 크나큰 충격을 주었다. 2020년 영산강 홍수피해를 포함한 풍수해로 인한 재해는 크든 작든 연례행사가 돼 왔고 한발로 인한 피해도 되풀이되고 있다.

세계 도처에서 지진으로 인한 재해가 계속돼 왔고 특히 일본 고베와 러시아 사할린 섬의 네프터고르스크의 지진, 그리고 이어진 울산의 지진 피해는 우리나라도 이러한 자연재해로부터 결코 안전할 수 없다는 경각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됐다.

산업재해 및 자연재해가 빈발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국무총리실에 중앙사고대책협의회를 설치하고 범국가적 대응책 마련과 함께 안전문화를 확산키 위한 범국민적 운동을 전개하게 됐다.

국민생활 전반에 걸쳐 안전이 무시되고 인명과 재산의 손실이 확대됨으로써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됐기 때문이다.

복지사회를 위한 안전문화 발전 방향

우리는 누구나 인간답고 행복하게 살기를 소망한다. 이러한 소망을 이루기 위해 우리는 학교에 다니고 직장에 나가 일을 하며 사회활동에 참여하고 가정생활을 꾸려간다. 이 모든 활동들이 행복한 삶을 실현시켜 주는 대신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일시에 잃어버리게 하는 상황으로 빠져들게 한다면 우리의 삶은 암담해질 수밖에 없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뜻하지 않은 재해로 생명과 재산을 잃고 있다. 어느 누구도 이러한 상황에서는 안전한 삶을 영위하고 행복한 삶을 실현키 어렵다. 경제발전, 산업발전, 과학기술의 발전도 이같이 재해가 빈발하고 생명의 안전이 위협되는 상황에서는 의미가 없다. 

안전한 삶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야말로 모든 복지제도 중 가장 기본적인 복지제도라고 말할 수 있다. 모든 국민들이 사고 없이 천수를 누리는 사회야말로 복지사회의 이상이 실현되는 사회일 것이다.

이러한 사회의 실현을 위해 정부와 국민 모두가 합심해 안전사고 방지 및 대응을 위한 지금까지의 미진한 제도를 우선적으로 재정비 및 강화하고 국민의 인식과 각성을 높이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안전에 대한 국가 전체의 인식과 제도를 강화는 문화 풍토가 조성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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